비도 개의치 않고 양손에 붉은 응원봉 든 시민들
쏟아지는 비 그대로 맞는 사람도
응원단 모두 안내 따라 우산 접고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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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두 번째 경기를 3시간가량 앞둔 오후 7시께 광화문 거리응원에 참가한 시민들이 응원곡에 맞춰 응원을 하고 있다. [정호준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두 번째 경기를 앞둔 저녁. 빗방울은 그칠 기색 없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월드컵 첫 승리를 염원하는 시민들은 우비를 챙겨입고 삼삼오오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응원단 ‘붉은 악마’들은 우비를 둘렀지만 두 손에 들린 붉은 응원용 봉이 광화문을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궂은 날씨 탓에 1차전에 비해 응원장이 차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어도 승리를 향한 응원단의 열정은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경기를 2시간여 앞둔 오후 8시께 시민들은 쏟아지는 비도 개의치 않고 응원가를 열창하고 깃발과 응원용 봉을 열정적으로 흔들었다.
다른 경기에 비해 ‘해볼 만하다’고 여겨지는 가나전인 만큼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 대부분이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붉은 옷을 챙겨 광화문 광장에 왔다는 대학생 강희원씨(24)는 “가나 전이라 제일 이길만 한 경기 같아서 왔다”며 “주위 사람들도 거리응원에 참석하고 싶어했을 정도로 응원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응원 차 상경한 ‘붉은악마’도 있었다.
숙소까지 잡고 아내와 거리응원에 참석한 신승호씨(55)는 “아내도 축구를 했고 아들도 축구를 하는 등 가족 모두가 열정적인 축구 팬이다”라며 “우비를 바로 사서 입고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뜨거운 응원 열기 속에서도 시민들은 하나같이 안전에 유의하는 모습이었다.
광화문광장에 응원장에는 ‘안전한 거리응원!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갑니다’라는 문구가 곳곳에 보였다.
응원구역에 입장하는 시민들은 모두들 우산을 접으라는 안내에 따라 들었던 우산을 집어넣었다.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응원단 곁에 서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과 주최 측의 대비에 감탄했다는 신현서씨(21)는 “출구도 따로 만들어서 안전하게 안내하고 경찰들도 많이 배치돼 안전 사고는 없을 것 같다”며 “아직 경기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 뜨거워지고 설렌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밴드에 맞춰 월드컵 공식 응원가를 따라 부르던 A씨는 “붉은 악마의 이번 응원 취지가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면서 그 슬픔과 응어리를 응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로서로 안전에 조심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응원전 열기가 안전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질서유지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경찰관 150명, 기동대 12개 부대, 특공대 등 총 9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1차전 투입 경력(500명) 2배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주최 측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기동대와 특공대를 배치해 행사장 질서유지와 대테러 안전 활동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거리응원을 주최한 붉은악마 측도 무엇보다도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호태 붉은악마 서울지부장은 “관객들이 우산을 펴고 보면 시야도 가리고 우산에 찔리는 등 안전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며 “오늘 참가하는 사람들은 되도록 우의를 입고 오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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