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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아파트값 하락이 본격화된 가운데 전월세 시장까지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2년 전 8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 직후 당시 매물이 회수되고 전셋값이 폭등하던 상황과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시장에 전월세 매물은 넘치는데 신규 수요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도 시세보다 전셋값을 1억∼2억 이상 낮춰야 계약이 이뤄지고, 집주인은 전세 만기가 임박해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입니다.

만기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코앞에 닥쳤습니다.

오늘(2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총 5만5천114건으로 한달 전보다 8.0% 증가했습니다.

제주(16.0%), 광주광역시(9.0%), 경기(8.6%)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증가폭이 큽니다.

부산(8.0%)과 인천·대구(5.8%) 등 수도권과 주요 지방 광역시의 물건도 한달 전에 비해 전월세 물건이 더 늘었습니다.

아실 통계를 보면 현재 5만5천 건이 넘는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 수는 2년 전인 2020년 8월27일 2만9천295건과 비교해 88.1% 많습니다.

물건 수만 보면 임대차2법 시행 전인 2020년 8월 이전 상황으로 사실상 회귀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 순수 전세물건은 2년 전 1만5천5천828건에서 현재 2배가 넘는 3만4천496건으로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월세 물건이 1만3천467건에서 2만616건으로 53% 늘어난 것과 비교해 증가폭이 2배 이상입니다.

이 때문에 전셋값도 약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48% 올랐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7월까지 0.46% 떨어졌습니다.

2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시장 약세에는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합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현재 4%대로 치솟으면서 대출금리가 월세전환이율(통상 3.5%)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자 보증금을 올려주는 대신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전월세 계약 만기가 지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할 조짐입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이미 곳곳에서 역전세난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서울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권도 전셋값을 시세보다 최소 1억∼2억 원은 낮춰줘야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서울 곳곳에서 '세입자 모시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입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엘스 등은 13억∼14억 원짜리 전용면적 84㎡ 전세를 11억∼12억 원 정도 낮춘 것만 계약이 이뤄집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과거에는 학군 따라 유입되는 수요가 많았는데 요즘은 방학 이사철도 실종된 상태"라며 "과거와 달리 이사 비용도 크다보니 대부분 재계약으로 눌러앉고, 신규는 시세보다 현저히 싼 것만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과거에는 학군이나 주거환경, 주택형을 늘리기 위해 대출을 받아 상급지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금리가 오르고 대출 조건도 까다로워지면서 재계약만 늘고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물건도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보니 아예 기존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시세보다는 낮춰주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는 추석 연휴 이후에는 일부 전세수요가 움직일 수 있지만, 전셋값이 뛰는 등 불안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합니다.

오히려 전세물건이 계속해서 적체될 경우 수도권은 물론 서울도 '역전세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달에 기준금리가 연 2.75%로 올랐고, 연말까지 3% 수준으로 올린다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여서 금리는 매매나 전세시장을 막론하고 주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전세도 현재의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 윤형섭 기자 / yhs931@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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