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충성주주들의 돌변....주가 급락 방치에 "합병 위해 주가 누르나"

증권가에서 셀트리온 주주들의 위명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회사에 애정을 갖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셀트리온 주주들은 스스로 ‘셀트리온 수호대’를 자처할 만큼 회사와 유독 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해왔다.

회사 관련 호재를 온라인상에 발 빠르게 전하는 것은 물론 셀트리온 관련 부정적인 기사가 나온 언론에 단체로 항의 전화를 하는 등 뛰어난 단결력을 자랑한다.

모 사모펀드가 셀트리온에 대량의 공매도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주주들의 항의 방문으로 곤욕을 치른 일은 유명한 일화다.


의혹의 시선 속에서도 셀트리온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며 주가를 끌어올렸고, 여기에 서정진 명예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더해져 주주들과의 강력한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주주 입장에서는 믿고 기다린 회사가 큰 수익을 내주니 애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고, 회사 입장에서도 충성심 강한 주주들이 든든한 아군 역할을 해주니 나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셀트리온과 소액주주의 끈끈한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인은 주가다.

한때 40만원에 육박했던 셀트리온 주가가 거의 반 토막이 나면서 주주 불만이 커졌다.

여기에 최근 소액주주들이 요구한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급기야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며 지분 모으기에 돌입하는 등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셀트리온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셀트리온 주가가 10개월 넘게 하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이 비대위를 출범시켜 주가 부양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송도 셀트리온 본사. <셀트리온 제공>


▶자사주 매입 거부에 뿔난 주주들
▷비대위 출범 “경영진 교체할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20일 기준 셀트리온 주가는 21만9000원으로 10월 들어서만 15.6% 하락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의 조건부 승인 기대감이 부풀었던 지난해 12월 7일 고점(39만6240원)과 비교하면 44.7%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9%,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5.9% 오른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두드러진다.


셀트리온 주가 하락세는 지난 9월 미국 제약사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루피라비르가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더욱 가팔라졌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한 몰루피라비르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사제 형태 치료제 개발에 매달렸던 셀트리온은 더 간편하고 가격도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몰루피라비르의 등장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증권가에서도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유럽에서 정식품목허가를 받고 본격 공급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잇따라 목표주가를 낮췄다.


지난 10월 5일에는 셀트리온 주가가 12.1% 급락하며 하루에만 시가총액 4조원이 날아갔다.

이날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지분 모으기 운동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10월 14일에는 비대위가 셀트리온 측과 만나 긴급 간담회를 갖고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에서 셀트리온 측은 소액주주들이 가장 강하게 요구한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난색을 표했다.

단기 주가 부양보다는 신약 연구개발로 기업 경쟁력을 키워 주가를 올리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간담회에서 신민철 셀트리온 관리부문장(CFO)은 “자사주 매입은 단기간에 약간의 도움이 되겠지만 여태까지 경험으로 볼 때 3개월 이후에는 (주가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여전히 주가가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주가 회복이 요원해지자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셀트리온과 소액주주 간 파열음이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비대위 측은 발행 주식의 약 37%에 해당하는 5000만주를 모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며 서울 삼성역과 인천 부평역 인근 빌딩에 지분 모으기 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옥외 전광판 광고를 내보내는 중이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4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전체 지분의 64.29%를 보유하고 있어 소액주주가 힘을 모은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그저 지켜보기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비대위가 모은 소액주주 지분만 해도 상법상 임시주총 소집 요건인 3%는 이미 훌쩍 넘어선 상태다.


▶실적 부진에 주가 반등 쉽지 않아
▷합병 앞두고 부담…주주 달래기 나설까
셀트리온이 등 돌린 소액주주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주가 반등이 절실하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간에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던 트룩시마 매출이 경쟁 제품 출시로 주춤한 상황에서 기대를 모았던 램시마SC의 판매가 부진했다.

올 2분기까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램시마SC 누적 매출액(약 660억원)이 셀트리온의 공급 물량(약 5300억원)에 못 미쳐 재고가 남아 있는 등 램시마SC의 매출이 예상보다 둔화된 속도로 늘고 있다.


특히 올 초까지 주가 부양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렉키로나가 실적 발목을 잡으면서 이제는 오히려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만들던 생산설비 일부를 렉키로나 생산으로 돌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한 수준이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럽, 미국 진출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렉키로나가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2분기 렉키로나 생산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바이오시밀러 공급이 제한됐던 점을 감안하면 3분기에도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 등장도 악재다.

몰누피라비르가 FDA 긴급사용승인 심사에 들어가자 여러 국가가 선구매 추진에 나선 것과 달리 렉키로나는 파키스탄 정부와 맺은 10만바이알 외에 이렇다 할 수출 실적이 없다.

정맥주사 제형인 렉키로나와 달리 알약 형태로 복용이 간편한 몰누피라비르가 개발되면서 렉키로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셀트리온 내부에서는 렉키로나의 유럽의약품청(EMA) 허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이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 제품을 감안해도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일부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셀트리온이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셀트리온 지분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이 더 많은 서 명예회장 입장에서는 셀트리온의 주식 가치가 떨어질수록 합병 과정에서 유리하다.


합병을 앞두고 소액주주와의 잡음이 확산되는 것은 셀트리온 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셀트리온그룹의 비상장 3사 합병 추진 과정에서 셀트리온스킨큐어 소액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두 회사만 합병을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영진 교체는 어렵더라도 사 측이 소액주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셀트리온은 소액주주 비율이 높은 데다 주주 간 연대도 잘 이뤄지고 있다 보니 사측에서 조만간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고 전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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