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노인 A씨는 최근 우대금리를 준다는 비대면 적금 상품에 가입하려다 포기했다.

개설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을 휴대폰으로 촬영해야 했는데 인식이 안 돼 수차례 시도했고, 가까스로 성공하니 이젠 본인의 다른 통장에 1원을 입금한 사람 이름을 확인해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가로막았다.

결국 직접 은행에 방문해 통장을 만들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던 은행 지점이 문을 닫아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금융권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기능을 보강하고 비대면 상품을 여럿 출시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고령층의 금융 소외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8월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공언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행됐거나 이행 중인 사안은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을 출시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은 시력이 좋지 않고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위해 큰 글자, 쉬운 인터페이스, 음성인식, 고령자 위주 서비스 등을 탑재한 앱을 가리킨다.


금융위원회는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한 뒤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 환경 조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올해 초 은행에 배포하고 앱 개발을 권고했다.

현재 대부분 앱이 큰 글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이뿐이었다.

각종 메뉴가 많고 찾기도 힘들어 일반 고객에게도 어려운 인터페이스는 여전했다.

하나은행이 고령 고객의 경우 별도 앱을 통하지 않고 자사 앱에서 글자를 키울 수 있게 하고 고령자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데 그쳤다.


온라인 특판상품 제공 시 그와 동일·유사한 혜택을 보장하는 '고령층 전용 대면거래 상품'을 함께 출시하도록 하고, 업권별 협회의 비교공시 시스템 내에 '고령자 전용 비교공시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는 등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에서 소개된 다른 과제도 가시적인 성과나 진척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청년층은 우대금리를 주는 비대면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고령층은 대부분 은행 창구에서 가입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디지털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연령별 우대 적금 적용 비율이 20~39세는 77.4%, 60세 이상은 19.4%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5대 시중은행 '연령별 적금 대면·비대면 가입 비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올해 적금 신규 가입자 중 20대는 78.3%, 30대는 86.7%가 비대면 가입자일 만큼 비대면 가입 비율이 높았다.

반면 60대 이상은 비대면으로 가입한 사람과 대면으로 가입한 사람 비율이 각각 19.1%, 80.9%로 대면 가입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은행 점포 수마저 줄어들고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적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 서비스 접근성까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6월까지 시중은행·지방은행·특수은행 등을 포함하는 은행권 점포가 전년 대비 79개 감소했다.

2019년 57개, 2018년 23개 감소한 것보다도 많은 수치를 반기 만에 기록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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