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조정된 가운데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중개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

며칠 차이로 수수료 수백만 원을 더 지급한 고객들 중에는 "바뀐 수수료율을 적용해달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호영 기자]

"오늘부터 중개수수료가 인하된다는데 안 깎아주나요?" "계약 시점 기준이라 손님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
19일 부동산 중개수수료 상한 요율을 절반까지 낮춘 새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공인중개사와 고객 간에 '계약 시점'을 놓고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 왕십리 한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중개사사무소 대표 A씨는 이날 오전에만 수수료 인하 관련 문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그는 "문의해온 고객은 모두 계약서를 이미 작성했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한 고객은 설명을 듣고 수긍했지만, 다른 한 명은 계속 수수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고덕동 공인중개사 B씨도 "수수료율 인하 전에 계약한 손님들이 인하를 요구한 경우엔 바뀐 기준으로 깎아줬다"며 "사실 이 동네에서는 수수료 인하 방침이 확정됐을 때부터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한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부칙에 따르면 변경된 수수료율은 규칙 시행(19일) 이후 매매·교환, 임대차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새 기준 시행 첫날 현장에서는 변경된 수수료율을 기존 계약에도 적용해달라는 고객과 이를 반대하는 중개사 간에 신경전이 오가는 일이 많았다.


서울 강남권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C씨는 "며칠 전 계약부터 '곧 수수료 인하되는 것 아니냐'며 수수료를 깎아달라는 고객이 많았지만 대부분 거절했다"면서 "고가 주택 기준으로 상한 요율이 0.9%일 때 0.5% 정도 받았다는 것을 소비자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0.7%이면 0.3~0.4%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협회는 "정부가 중개인에게만 희생을 강요한다"며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고객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신 모씨는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6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에 전세계약을 맺는 데 중개사 수수료만 400만원이 넘는다"면서 "새로 바뀐 요율에 따르면 250만원만 주면 되는데 불과 몇 주 차이로 훨씬 큰 금액을 줘야 하니 억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께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김 모씨(34)는 수수료율 인하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김씨는 "서울 상도동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집값이 너무 올라 20년 넘은 구축도 10억원이 넘어가니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그나마 수수료율 인하로 복비라도 400만원 정도 아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요 지역 84㎡ 아파트값이 15억원을 넘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때 내야 하는 중개수수료는 바뀐 기준을 적용해도 최대 1050만원에 달한다.

집값이 올랐다고 중개사들이 하는 업무는 달라진 게 없는데, 수수료가 집값과 연동돼 오른다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가격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서로 상대방 입장을 고려해 조금씩 양보하면서 새로운 기준의 문제점을 고쳐 나가야지, 자기 입장만 고수해서는 시장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조언했다.


새 시행규칙에 따르면, 매매의 경우 6억~9억원 구간은 기존 0.5%에서 0.4%로 0.1%포인트 낮아졌고,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 요율이 적용된다.

임대는 3억~6억원은 0.4%에서 0.3%로 인하됐으며, 6억~12억원은 0.4%, 12억~15억원은 0.5%, 15억원 이상은 0.6% 요율이 적용된다.


이 경우 9억원짜리 주택 매매 시 중개수수료 상한은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6억원 전세 거래 수수료는 48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실제 계약 과정에서는 중개사와 고객이 협의해 요율을 결정하면 된다.


국토교통부는 중개사가 중개보수 요율을 협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사무소에 게시하고 중개 의뢰인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중개보수 협상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중개사가 의뢰인에게 최고 요율만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김동은 기자 / 김태준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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