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여성 할례(Female genital mutilation)를 피해 입국한 외국인에게 난민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여성 할례는 의료 목적이 아닌 종교·문화적 이유로 생식기 일부 또는 전체를 제거하는 행위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동 31개 국가에서 최소 2억 명의 여성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광주고법 행정1부(최인규 수석부장판사)는 시에라리온 국적 A(38))씨가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본국 사법기관에 보호 요청을 하거나 다른 지역에 이주해 정착할 수 있어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여성 할례는 여성의 신체에 극심한 고통을 주는 위해행위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특정 집단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송환될 경우 의사에 반해 할례를 당할 위험과 박해 위험에 대한 공포가 있다"며 "입국 23일 만에 난민 신청을 했고 이전에 대한민국에 입국한 경력이 없어 다른 입국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국가에서 여성 할례는 공동체의 압력으로 강력하게 시행되는 사회적 규범 전통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더라도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록 해당국이 2015년 여성 할례 종식을 촉구하는 마푸토 의정서에 비준했지만 여성 할례는 계속되고 있고 금지 법률도 제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가톨릭계 학교에 다니다가 2009년 기독교로 개종했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무슬림이었습니다.

A씨 어머니는 지역에서 전통 종교단체인 본도 소사이어티(Bondo Society) 이인자였으며 직위 승계를 위해 A씨가 다른 딸들과 마찬가지로 할례 하기를 강요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들의 80%는 이 단체에 가입돼 있고 가입하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A씨는 이를 거부했다가 2019년 4월 단체사람들에게 수차례 폭행당했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어머니와 종교단체 사람들의 살해 협박을 피해 2019년 9월 임신한 상태로 한국에 들어와 광주지법에 난민신청을 했습니다.

대법원은 앞서 2017년 라이베리아 국적의 10대 여성의 난민 자격을 인정하면서 여성 할례를 '박해'에 해당한다고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 구교범 인턴기자 / gugyobeom@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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