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수요집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비판해온 글로벌 역사학자가 사실상 '램지어 지킴이'를 자처하는 일본 극우 매체에도 논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는 4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맥닐 도쿄 성심여대 교수와 함께 일본 산케이 신문의 해외판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나쁜 역사'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저팬 포워드는 지난 1월12일 램지어 교수의 기고문 '위안부에 대한 진실 복원하기'를 싣는 등 그의 위안부 관련 주장을 앞장서 알렸습니다.

매체는 램지어 교수에 대한 각계의 문제 제기를 '마녀사냥'이라며 역으로 비판해온 곳 입니다.

일본사 연구 권위자인 모리스 스즈키 교수 등은 기고문에서 "하버드대 교수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학자가 램지어 교수에 대한 공개 비판에 가세했다"며 세부 사례들을 열거한 뒤 "문제는 언론 자유의 억압이 아니라 기본적인 학문 수준 또는 그 수준의 미달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언론인과 학자들은 출처와독자를 진실되게 다룰 의무가 있다"며 램지어 교수가 출처 불명의, 혹은 원문을 왜곡한 주장을 펼친 사례를 적시했습니다.

모리스 스즈키 교수 등은 "그가 출처를 인용한 방식에도 우려가 많다"며 1938년 90명의 한국 여성이 조선총독부에 중국 지난에서 '비인가 매춘부'로 일하게 해달라고 청원했다는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문건은 조선총독부가 115명의 한국 여성을 포함한 907명에게 중국 지난으로의 여행허가를 발급했다는 내용이라고 모리스 스즈키 교수 등은 설명했습니다.

즉, 중국으로 여성을 대량 송출하기 위한 총독부 문건을 여성들의 자발적 '매춘 신청'으로 램지어가 거꾸로 둔갑시켰다는 것 입니다.

램지어 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 미국의 심문 보고서도 실제로는 일본의 모집업자들이 한국 여성 800여명을 '병원에서 일한다'고 속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램지어 교수의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이들은 밝혔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한일 여성으로만 국한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과 달리 아시아 10개국 이상에서 위안부 피해자가 나왔다는 점도 반론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이들은 갓 10대에 접어든 필리핀 소녀들의 위안부 동원 사례를 가리켜 "이런 소녀들이 전쟁터 한복판에서 위안부가 되겠다는 근로계약에 정말로 합의했다고 믿을 수 있는가"라며 "거의 모두가 전쟁에 동원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위안부만 자유로운 행동의 권리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논문과 거의 동시에 램지어 교수가 6개의 다른 논문에서 문제가 있는 역사적 주장을 펼쳤고, 몇몇 논문이 유럽의 출판진에 의해 보류됐다는 점도 소개했습니다.

[ 이태준 인턴기자 / taejun9503@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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