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 ‘합당한 보상’이 또 다른 ‘특별한 희생’ 낳지 않기를

경기도의 7개 공공기관 북·동부 이전계획 발표와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다. 당연히 북·동부와 남부의 시각 차이는 극명하다.

이전 대상지역인 17개 시군이 속한 북·동부는 환영 분위기가 역력하다. 벌써부터 담당부서를 구성하는 등 ‘임피(IMFY: in my front yard syndrome, 자기 지역에 유리한 시설 등을 유치하려는 행동)’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반면 남부지역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기존 공공기관 대다수가 위치한 수원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먼저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균형발전 관점에서 경기도 공공기관을 분산 배치한다는 취지에 대해 이해한다. 다만, 구체적 추진 방법과 이후 대책에 대해 수원시, 경기도의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며 “남부권 도민들의 행정서비스 접근권이 제한받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지역 경기도의회 안혜영 의원 등 13명은 18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지사의 일방적 행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공공기관 이전만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유일한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13명의 의원들은 “공공기관 이전이 북부지역 발전을 가져온다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큰 선거(대선)을 준비하고 계신 지사의 정치적 입장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북부 도민뿐 아니라 경기도민 전체의 문제”라며 “(원점 재검토를 위해) 도의회를 비롯해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경기도 시군의장협의회, 시민단체, 공공기관 임직원,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공공기관 노조총연맹도 같은 날 “경기도의 일방적 이전 추진은 헌법에 따른 거주의 자유, 재산권 보장 등을 침해하고 노동자에게 생활상 피해를 안긴다"며 "또 다른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기신용보증재단과 경기도시주택공사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광교 경기융합타운 인근 주민들도 ”기존 주민과의 약속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것“이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공공기관 이전을 반대하는 지역 정치인, 공공기관 노조, 주민단체 등은 대대적인 연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북·동부 보듬기’를 위해 공공기관 이전 카드를 내놓은 이 지사가 이로 인한 여론 악화를 예측 못했을 리 만무하다. 그는 당장에 ‘남부 달래기’보다는 자신의 ‘결단’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 지사는 21일 SNS에 ‘균형발전 위한 최소 조치, 공공기관 이전은 흔들림 없이 계속됩니다’라는 글을 올려 ”수도권 집중을 방치하면 국가적 잠재력이 훼손되고 큰 손실을 자초한다. 국토 균형발전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핵심과제이기에 행정수도 이전도 계속돼야 하고 국가공공기관의 지방이전도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도정을 위임한 도민의 주권의지에 따라 도민에게 유익하고 정당한 일은 반발과 저항이 있더라도 도민을 믿고 반드시 관철해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지사의 평소 스타일을 보더라도 자신이 견지해온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단순히 ‘수사(修辭, rhetoric)’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30년 넘도록 이어진 ‘분도론’ 논쟁만큼이나 미묘한 파장과 치열한 격론이 불가피한 이유다.

3차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계획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또 다른 특별한 희생’의 단초가 되지 않도록, 북·동부는 물론 1350만 전체 경기도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어젠다(agenda)를 제시해야 한다. 오롯이 이 지사의 몫이다.

[이경재 기자 / mkkd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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