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대박’을 꿈꾸며 ‘유튜브’ 시장에 도전하는 유튜버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익창출 유튜브 채널수는 인구수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가 눈길을 끕니다.

정치, 사회, 문화 등을 비롯해 일상다반사를 소재로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어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그 영향력을 더욱 넓혀가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막대한 수입을 챙기는 유튜브 채널과 유튜버들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이른 바 ‘유튜브 셀럽(celebrity, 유명인)’이 그들입니다.

유튜브가 현대인의 제한된 일상 공간을 넘어 더 넓은 세계를, 더 다양한 문화와 정보를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데 이견을 다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부작용과 폐해를 끼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는 콘텐츠의 자체 정화 시스템과 제도적 여과 장치가 미비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최근에는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 등에 대한 제재가 유튜브 차원에서 강화되고 있지만, 대부분 ‘사후 약방문’ 식이어서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듯 피해 회복은 요원한 실정입니다.

이슈에 대응하는 순발력과 사안에 대한 파괴력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심지어 뉴스를 다루는 주류 언론매체보다도 한 발 빠른 소식을 전하면서 사회적 논란거리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유튜브 개인방송의 ‘가짜 뉴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사법부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이낙연 예비후보를 겨냥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해당 유튜버는 당시 유튜브 개인방송을 통해 이 후보가 국무총리 시절 작성한 방명록 사진을 화면에 노출하면서 마치 이 후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했습니다.

이 방명록은 이 후보가 총리 재임 때인 2018년 9월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호치민 베트남 초대 주석의 생가를 방문하고 남긴 글로 확인됐습니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몇 가지 ‘왜곡된 방송’ 내용 등을 지적하며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을 언급했습니다. 필터 버블은 성향이 비슷한 이용자가 선별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을 말하고, 에코 체임버는 유사 성향끼리 소통하다 보면 타인의 정보와 의견을 불신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만 진실로 여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재판부는 필터 버블과 에코 체임버의 폐해로 가짜뉴스의 폭증, 이로 인한 극단주의와 혐오주의를 우려했습니다. 또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견해‘ 표명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허위사실 유포의 자유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레거시(legacy) 언론들은 묵시적으로,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놓고 편중된 뉴스 전달과 논조를 펼칩니다.

사람들도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듣고자 하는 것만 듣는 ‘정보의 편식’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추셉니다. 여기에 더해 따분한 기사 보다는 자극적인 가십성 보도에 더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이 처럼 ‘선택적 치우침’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빌미가 된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뉴스가 곧 종교다.’ 종교의 절대적 권위가 퇴색된 시기, 뉴스에 대해 맹신하는 세태를 꼬집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일침입니다.

‘건강한 필터링’이 작동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가짜뉴스가 곧 ‘종교’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경재 기자 / mkkd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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