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역사의 사찰 창건 설화 속에는 그 어느 때보다 유구한 우리 문화와 역사가 깃들어있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종갓집 통도사부터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에 불법을 전한 불갑사, 국내 최초 대웅전에 '큰 법당'이라는 한글 편액이 걸린 봉선사까지.
여든 곳에 달하는 저자의 국내 사찰 순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구수하고 재미있는 옛 이야기 속 한국 문화의 속살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출간된 '천년 고찰 이야기'는 저자 최종걸이 통도사, 불갑사 등 전국 각지의 명승대찰을 직접 순례하며 남긴 글입니다.
대한민국 전역에 분포된 약 천여 개의 사찰 가운데 5대 적멸보궁, 3대 해수관음 성지, 삼보사찰, 미륵 신앙 성지, 지장 신앙 성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찰들을 가려 담았습니다.
수많은 전란과 예기치 못한 화재로 소실될 때마다 다시 일으켜 세우고 복원하는 그 발원들이 절박하고 간절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발원들로 세워진 절들을 마주 하고 있으니 실존하는 선지식들에 대한 또 하나의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불경에서 가르치는 마음의 또 다른 형상이 바로 우리 주변의 절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일주문에 들어서는 순간 그 산과 절 이름을 새긴 편액에 먼저 시선이 간다. 처음에는 그냥 보이는 대로 보기만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 절의 유구한 사연을 듣고 자료를 찾아본 다음부터는 절 이름에 담긴 간절한 발원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마치 우리 이름에 출생의 비밀과 삶의 바람이 담긴 것처럼.
<발원 길에 만난 절 이야기>중에서
독자들은 불교 이야기 속 당대 역사, 문화, 정치, 사회 모습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역사 속 고승 선사들의 애절한 사연과 깨달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봉은사 월간 사보인 '판전'에 명산대찰을 순례하며, 옛 절의 창건 설화를 쓰는 일을 계기로 사찰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일간지 주필 등 다시 언론계로 돌아왔지만 옛 절 순례를 멈출 수 없어 몸담은 신문에 다시 연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다우출판. 432쪽. 2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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