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직장내 괴롭힘' 직원 투신 사건 두달째…고인 "오리온이 너무 싫어. 돈이 뭐라고. 그만 괴롭혀라" 유서에 밝혀

사진은 이날 시민사회모임이 공개한 서씨의 유서 중 일부.


제과업체 오리온에서 직장 괴롭힘으로 직원이 투신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진상이 밝혀지지 않자 유족과 시민단체가 단체 행동에 나섰습니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에 대한 사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시민사회모임은 기자회견문에서 "고인은 사내 유언비어와 부서이동 등으로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괴로움을 호소했고, 죽기 얼마 전에는 상급자로부터 업무시간 외 불려 다니며 시말서 작성을 강요당해 울면서 고통을 호소하기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고인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어" "돈이 뭐라고" "이제 그만하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 상급자의 실명과 직책을 언급하며 "그만 괴롭혀라"라고 적혀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17일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근무하던 고 서 모 씨는 직장 괴롭힘으로 고통을 받은 정황이 담긴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시민사회모임은 사건이 발생한 뒤 사측의 행동도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오리온 사측은 장례식장에 찾아와 사과보다 퇴직금을 받을 계좌번호를 운운하며 유서 등 증거 사진을 찍어 갔고, 3월 말 유가족과 언론과의 면담에선 자체 조사 결과 아무 문제 없다고 통보하고 금전을 입금하고 연락을 끊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리온의 자체조사에 불신을 드러내며, 사건 덮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사회모임은 "고인에게 시말서를 강요했는지 안 했는지도 파악하지 않다가 입장을 번복했다"며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는 언론이 추궁하자 그제서야 사실확인을 해보겠다고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시민단체와 유가족은 이날 고인이 직장에서 유언비어와 성희롱성 발언으로도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사내연애 중이었던 고인이 선임들에게 "꼬리 친다" "남자 꼬신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며 지인들에게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또 고인이 원치 않은 신체접촉을 당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사실관계를 조사했고, 괴롭힘이나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오리온 관계자는 1, 2차 경찰 조사 결과 현재까지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업무지시, 집단 괴롭힘의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며 현재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서 별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회사는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장장과 조장이 장례 내내 발인까지 함께했다며, 유족에서 동료들의 조문을 원치 않았고, 입금된 돈은 3월 급여와 사규에 따른 경조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제기된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기존에 회사가 보고 받거나 인지된 바 없었다며, 현재 감사 조직이 익산 공장에 내려가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이후 오리온 측과 유족간의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석 기자 / nextc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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