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진행된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남편 임은택(사망 당시 36세) 씨를 암매장 시신으로 찾았던 아내 최정희(73) 씨가 심경을 편지로 전했습니다.
이에 40년간의 그리움과 억울함을 꾹꾹 눌러 담은 사연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화답했습니다.
아내 최 씨는 소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최씨는 담담한 어조로 남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담양에 살았던 최씨는 1980년 5월 21일 남편이 수금하러 광주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서던 순간을 생생히 떠올렸습니다.
저녁밥을 짓던 때 나간 남편은 밥이 다 되고 그 밥이 식도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후 남편을 찾아 사방을 헤매다 총구멍이 난 남편의 옷과 신발을 찾았을 때만 해도 시신이 없으니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그해 5월 31일 광주교도소 부근 암매장 시신 발굴 현장에서 남편의 주검을 발견했습니다.
최씨는 "젊어서는 3남매 키우며 살기가 너무 팍팍해서 맥없이 가버린 당신이 원망스러웠는데, 이제는 서른여섯 나이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당신이 불쌍하기만 하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그날(시신을 발견한 날)부터 당신과 광주의 일을 알리고 다녔다"며 "그래야 우리 아들·손자들이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지 않겠어요"라며 떨리는 목소리를 다시 한번 가다듬었습니다.
이어 "우리 다시 만나는 날 나 너무 늙었다고 모른다고 하지 말고 3남매 번듯하게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고 칭찬이나 한마디 해달라"며 남편을 향한 사무친 그리움을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 최씨와 비슷한 사연을 지니고 기념식장에 앉아 있던 상복 차림의 오월 어머니들은 최씨 편지 낭독을 듣는 내내 말없이 눈물을 보였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어진 기념사에서 진상 규명고 옛 전남도청의 충실한 복원 등 5·18 가치 계승을 위한 정부 지원 의지를 재차 표명하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행방불명자 소재를 파악하고 추가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배·보상에 있어 단 한 명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5·18 당시 행방불명자로 신고된 사람은 모두 242명으로, 광주시가 인정한 행방불명자는 82명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82명 중 6명은 2001년 광주 망월동 5·18 옛 묘역의 무명열사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밝혀졌으나, 나머지 76명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조문경 인턴기자 / sally3923@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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