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600억’ 해운대 펜트하우스…첫 삽도 못 떠보고 좌초된 사연은

‘오르펜트 해운대’ 용지 공매
경기침체·고분양가 직격탄

‘오르펜트 해운대’ 완공 후 예상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600억원에 육박하는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던 부산 해운대 초고가 오피스텔 프로젝트가 좌초됐다.

세계적 건축가의 설계와 최상급 커뮤니티 시설로 주목받았지만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용지 전체가 공매 시장에 등장했다.

‘대한민국 제2도시’ 부산의 초호화 부동산 개발 사업도 지방 부동산 침체를 비껴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12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공시에 따르면 최근 부산 해운대구 중동 1394-355 일원의 토지 3583㎡와 건물 7138㎡가 공매 물건으로 등록됐다.

일괄 매각 조건의 이 용지는 감정가 1681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7일과 11일 각각 2185억원과 1967억원의 최저입찰가로 1·2차 공매가 진행됐으나 모두 유찰됐다.


이는 2022년 출범한 부동산 개발사 ‘파이엇디벨롭먼트’가 해운대 일대 최고급 주거 공간을 표방하며 추진했던 ‘오르펜트 해운대’ 프로젝트 용지다.

해운대역에서 도보 5분, 부산역에서 차량 30분 거리에 위치하며 해운대 해변까지 직선거리 300여m인 프리미엄 입지를 갖추고 있다.


당시 개발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럭셔리 주거 공간의 새 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하 7층부터 지상 29층 규모에 전용면적 350~778㎡의 대형 오피스텔 82개실을 배치하고, 전 가구를 ‘펜트하우스’로 명명하는 마케팅을 선보였다.


특히 프랑스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의 설계를 통해 최상급 커뮤니티 시설을 구비할 예정이었다.

25m 길이의 수영장과 키즈풀, 해운대 전망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고급 다이닝 공간이 2층에 배치되고, 3층에는 국내 최초로 국제 규격의 실내 테니스 코트까지 들어설 계획이었다.


이러한 초호화 설계에 맞춰 분양가도 해운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됐다.

가장 고급형인 ‘슈퍼 펜트하우스’ 4개실은 510억~590억원, ‘듀플렉스 펜트하우스’ 12개실은 170억~500억원, ‘단층 펜트하우스’ 66개실도 97억~286억원의 분양가가 제시됐다.


‘오르펜트 해운대’ 완공 후 예상 이미지. 파이엇디벨롭먼트
하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뛰어난 입지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 최고급 오피스텔보다 높은 분양가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시행사는 지난해 3월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지하 6층~지상 36층으로 변경하고 총 호실 수를 82실에서 226실로 늘리는 대신 개별 호실 면적을 축소해 분양가 부담을 낮추려고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분양은 성공하지 못했다.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사업은 중단됐고, 착공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체 사업 용지가 공매 물건으로 등장하게 됐다.


향후 공매는 8차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매 회차 유찰 시 입찰가는 10%씩 감소한다.

모든 회차가 유찰될 경우 마지막 8차 공매에서는 입찰가가 1045억원까지 떨어져 최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부동산팀 수석연구원은 “서울의 초호화 프리미엄 단지도 차별화된 설계나 한강뷰 등의 소구 포인트가 없으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다”며 “개발 사업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부산 지역에서의 초고가 오피스텔 프로젝트는 투자자들이 사업성에 대한 검증을 더욱 엄격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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