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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사실상 무역 중단 상태인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면 통상 협상에 나섭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중 양국의 이번 협상은 지난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 격화됐던 글로벌 통상 전쟁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란 측면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눈에는 눈' 식으로 '강 대 강' 대결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인상은 자제한데 이어 협상에 나섰다는 점은 긴장완화 차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 관세 도입의 명분으로 제시한 무역 불균형 문제, 전략적 경쟁 관계인 미중 양국의 구조적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현재의 교착 및 대결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무역 합의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중 양국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진행합니다.
11일까지로 예정된 이 협상에는, 미국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측에서는 '경제 실세'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참석합니다.
이번 대면 협상은 트럼프 2기 출범 뒤 양국이 관세 전쟁에 돌입한 이후 처음 진행되는 것입니다.
1월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 대응을 명분으로 2월 10%, 3월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습니다.
이어 4월 2월 대중국 무역 적자를 이유로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발표했으며 중국의 반발 및 맞대응에 이를 84%에 이어 125%로 올렸으며 이에 따라 중국은 트럼프 2기 들어서만 모두 145%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됐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상호관세를 125%로 올리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키로 결정,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렸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대미국 관세율을 125%까지 높였을 뿐만 아니라 희토류 수출 금지 등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다른 조치도 같이 취했습니다.
이에 따라 양국간 무역은 사실상 '스톱(stop·중단)' 상태라는 평가가 미국 정부 내에서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실제 중국산 화물을 실은 선박의 미국 서부 입항이 벌써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의 이번 협상에서는 무역 재개를 목표로 상호적으로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은 미국에 통상 협상을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관세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으나 이번 협상을 앞두고 9일 올린 소셜미디어(SNS) 글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는 80%가 적절해 보인다"라고 언급하면서 '성의 표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가 50~54%(뉴욕포스트)나 60% 이하(블룸버그통신)로 대중국 관세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중국의 대미 관세 조정과 함께 희토류 수출 제한 완화 등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관련, 중국 상무부는 7일 "미국은 일방적으로 부과한 모든 관세를 제거해 자신의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양측이 자존심 싸움의 결과물인 현재의 관세율을 일부 하향키로 할 경우 이는 이르면 내주부터 시행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을 토대로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대중국 관세를 54%로 조정할 경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간 보복-재보복 형태로 관세율이 치솟기 전, 중국에 부과하려고 했던 수치(펜타닐 관련 20%+상호관세 34%)와 일치합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은 미중간 '빅딜'을 통해 무역갈등을 수년간 봉합할 합의를 만드는 자리라기보다는 대화로 양국간 긴장을 낮추고 '무역 단절' 수준으로 올라간 관세율을 조정함으로써 미중관계를 관리가능한 국면으로 이끄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 베선트 장관은 6일 언론인터뷰에서 "이것은 큰 무역 합의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긴장 완화에 대한 것이라는 게 내 느낌"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9일 CNBC 인터뷰에서 "긴장완화, 적정 수준으로의 관세율 인하가 베선트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첫 회담에서 일정한 성과가 나올 경우 미중 양국은 포괄적 무역 합의를 위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간 근본적인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단기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티안첸 쉬는 CNBC에 "양측 모두 각자의 전략적 우선순위 및 경제적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에 대해 타협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라면서 "좀 더 포괄적인 협상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논의가) 비생산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현연수 기자 / ephal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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