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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병원 내부 복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
정부가 교통사고 ‘나이롱환자’를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보험금 누수 문제가 심각해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경상 환자의 평균 치료비는 2014년 30만원에서 2023년 85만3000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경상 환자가 받아가는 향후치료비, 일명 합의금을 끊는 것이다.
중상 환자만 향후치료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줄줄 새는 보험금 수도꼭지를 틀어막겠다는 의도다.
8주 넘게 치료를 받으려는 경상 환자는 추가 서류를 내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단 보험금 누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정부 대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2023년 향후치료비 지급액은 총 1조7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경상 환자 지급분이 1조4000억원에 달했다.
경상 환자 몫만 절감해도 보험사가 감당해야 하는 지출은 확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이 특히 많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수용하지 못한 경상 환자가 ‘보험금을 달라’고 보험사에 항의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상 환자가 장기간 치료받으려 할 때 추가 서류 제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분쟁이 생길 상황에 대비해 조정기구와 절차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의학적·공학적 고려를 거쳐 최적의 조정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에 늘 ‘소통’을 원하는 업계지만 이번에는 더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하길 희망하고 있다.
조정기구에 업계 관계자를 최대한 많이 포함시키고 조정 기준을 정립할 때도 업계의 요구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정책 결정에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비춰보면 무리한 요구는 아닌 듯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생명·손해보험협회와 정기적으로 현안을 논의하는 장을 열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업계나 보험 소비자와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희조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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