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올해 들어 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줄면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의 중요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연초엔 예금과 대출이 모두 느는 시기지만, 올해는 이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은행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16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과 MMDA 잔액은 613조9729억원에 그쳤다.

작년 말에 비해서는 17조원가량이 감소했고, 지난달 말(627조4067억원)과 비교해서도 2주 만에 13조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인기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지만 미국 주식과 코인, 금 등의 투자는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 요구불예금에서 돈을 많이 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2월 말 요구불예금과 MMDA 잔액은 1월 말 대비 23조원 이상 늘었다.

올해는 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중요해졌다.

은행들도 상품 출시와 제휴 확대 등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타 업종과 제휴를 통한 예금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의 실명계좌 은행 제휴다.

오는 3월 24일부터 빗썸 거래 계좌가 KB국민은행으로 변경될 예정이어서 이미 고객 유입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작년 삼성금융의 '모니모'와도 파트너사 제휴를 맺었는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은행 모델을 배우 차은우로 변경했는데, 첫 광고를 브랜드 광고가 아닌 'SOL 모임통장' 서비스로 내보냈다.

모임통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시작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서비스인데, 2024년 말 시장 규모가 9조원까지 커졌다.

모임통장은 기본적으로 여러 명이 함께 특정 활동을 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데, 이 돈을 모으고 쓰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금리보다는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급여·연금 이체 등 결제성 고객 유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

급여·연금 등을 이체하는 통장으로 변경하면 대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4대 연금 이체 시 캐시백 최대 7만원 지원 등의 이벤트도 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주거래 계좌 마케팅에 집중한다.

직원들에게도 유치 시 상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예·적금 상품 가입 시 고객에게도 혜택을 한시적으로나마 부여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원가성 예금
은행이 낮은 원가(연 0.1~0.2%)로 조달할 수 있는 예금을 말한다.

월급 통장으로 활용하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예금 등이 대표적이다.

고객이 필요할 때마다 입출금이 가능하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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