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상자산 차르’로 불리는 데이비드 색스. (사진=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엑스)
지난 2월 초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 세계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인공지능(AI)과 가상자산 정책을 총괄할 인물로 임명된 데이비드 색스가 정책 방향을 공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아닌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 같은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이날 색스는 “스테이블 코인은 잠재적으로 수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해 장기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발언했다.

스테이블 코인과 미국 국채 간 관계, 그리고 최근 테더(USDT)의 가격 상승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뭐길래?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안정되도록 설계된 가상 자산이다.

보통 1코인의 가격이 1달러와 같은 특정 자산의 가치에 고정되도록 운영된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테더(USDT)와 USDC가 있다.

이들은 달러를 기반으로 가치를 유지한다.

일부는 유로(EURC)나 금(XAUt)을 기반으로 하지만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격이 급등락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안정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디파이(DeFi, 중앙 금융기관 없이 가상화폐를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 생태계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다만 ‘루나’ 사태 이후 스테이블 코인이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과 그 투명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몸집 불리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
스테이블 코인은 이론적으로 1대 1로 법정자산과 연동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테더(USDT) 가격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지속 상승해서다.

지난해만 해도 테더 가격은 1300원대였는데 올해 초 1600원을 한때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테더는 1달러 이상으로 거래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한편에서는 ‘김치프리미엄’으로 보기도 한다.

김치프리미엄(Kimchi Premium)이란 한국의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4만달러인데, 한국에서는 4500만원(약 4만2000달러)에 거래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더를 통한 국제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테더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국가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하려고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한 원화를 테더(USDT)로 교환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 내 테더 가격이 1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한국 시장에서 테더 가격이 오르는 구조가 형성된다.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미친다.

테더는 미국 달러와 1대 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한국에서의 테더 가격도 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당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르면 테더(USDT)의 한국 가격도 이에 비례해 가격이 올라간다.

특히 환율 상승과 김치프리미엄이 결합하면 테더 가격이 더욱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테더 계속 오를까?
테더 가격이 계속 상승할지는 몇 가지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첫 번째 변수는 환율이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한국 내 테더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김치프리미엄 지속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한국 시장에서 김치프리미엄이 유지되면 테더 가격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 규제 변화 역시 눈여겨볼 점이다.

미국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테더의 준비자산 운용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

이는 테더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더불어 트럼프 시대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을 맞이하면 테더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이 침체되면 테더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미국 국채와 스테이블 코인은 어떤 관계일까.

스테이블 코인과 미국 국채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들은 1대 1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때 미국 국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은 준비금으로 달러 현금과 국채를 보유한다.

테더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900억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를 새로운 국채 구매자로 보고 있으며 관련 규제를 도입해 국채 수요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가상자산 차르’로 불리는 색스가 스테이블코인과 더불어 미국 국채 얘기를 계속 강조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앞으로 테더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환율, 김치프리미엄, 미국 정부의 규제 방향성에 달려 있다.

투자자는 이들 관계를 면밀히 분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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