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웃는 이복현과 임종룡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3일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 사고로 당국의 정기검사를 받으며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우리금융그룹의 동양·ABL생명 인수 준비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의 평가 이후 보험사 인수가 가능하게 될 경우에 대비해 물밑 실무 협의를 재개한 것이다.

14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금융 인수단과 동양·ABL생명 팀장급 직원들은 최근 인수가 이뤄질 때를 대비한 실무 협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


특히 각 사의 재무와 정보기술(IT) 인프라스트럭처, 인력 배치 등을 포함해 논의 사안을 설정하고 수차례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이후 자산 활용 방식과 서로 다른 IT 시스템을 조율할 방식을 논의하는 데 큰 비중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논의한 내용 중 일부는 우리금융이 지난달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할 당시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 반영됐다.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지난해 8월 동양·ABL생명 인수 계약을 정식으로 맺었다.

두 보험사를 총 1조5493억원에 사들이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 형태였다.

경영진 간 논의와 계약 체결 후 실무진 협의는 하반기 본격화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계약이 체결된 작년 8월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한 수백억 원대 부당대출 논란에 휩싸였다.

곧이어 금융감독원의 우리금융 정기검사가 진행됐고, 한 차례 기간 연장까지 단행되면서 인수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실무 협의 빈도가 크게 낮아졌고, 사실상 멈추다시피 했다는 것이 양측 이야기다.


그러나 새해가 되면서 양측은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수 계약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올해 8월 28일까지 인수 거래를 종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의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이지만 양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런 차원에서 실무 협의가 다시 시작됐다.

금감원이 최근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각종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검사 결과를 발표하긴 했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준비는 철저히 해놔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두 보험사 간 서류 요청을 비롯한 실무 교류가 작년 말보다 더 자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은 당국의 심기를 거스를까 극도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경영진 차원이 아닌 실무자급 협상에 더 비중을 두고 진행하는 것도 혹시나 모를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당국이 최종적으로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할 수 있는 경영평가등급을 내어줄지 불투명한 만큼 '모든 협의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실제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인수할 수 있을지는 당국이 최종 결정한다.

최종 승인 권한은 금융위에 있으며, 금감원이 진행 중인 경영실태평가에서 우리금융이 3등급 이하를 받으면 인수 승인이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달 중 인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과 관련해서는 소비자 보호나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엄정한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는 최대 목적은 수익 다각화다.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재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보험과 증권을 포함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작년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는 8.4%에 그치면서 4대 금융지주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수입 보험료 기준으로 각각 6위와 9위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다면 비은행 부문 기여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우리금융 측 입장이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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