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울리는 악성민원,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이인화의 건축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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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집을 건축한다면 열의에 차서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형태나 공간으로 정성을 가득 담아 본인의 뜻대로 건축하겠다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그리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나? 인간은 타인과의 접합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산다.

그래서 내 집을 지어도 내 마음대로 건축할 수 없는 구속된 자유를 갖는다.

특히 도시지역에서 더 그렇다.

건축허가는 이처럼 구속된 자유의 선을 지키고 소모적인 사회분쟁을 줄이는 건축적 사회질서 유지 방법이 된다.


건축허가는 건축법에 명시돼 있는 제도로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대수선하는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건축물을 건축한다는 것은 신축뿐만이 아니라 증축·개축·재축(再築)하거나 건축물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대수선은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으로서 건축법시행령에 상세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중 외벽 면적 30㎡ 이상의 수선도 대수선에 해당하므로 외벽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건축허가 대상에 해당함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소규모건축물은 건축허가 대상이라도 건축신고로 갈음할 수 있다.

건축신고 대상은 △바닥면적 합계 85㎡ 이내의 증축·개축 또는 재축인 경우(3층 이상 건축물은 증축·개축 또는 재축하려는 부분의 바닥면적 합계가 건축물 연면적의 10분의 1 이내) △관리지역, 농림지역 또는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 연면적이 200㎡ 미만이고 3층 미만인 건축물의 건축 △연면적 200㎡ 미만이고 3층 미만인 건축물의 대수선 △주요 구조부의 해체가 없는 등 건축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대수선 △연면적 합계가 100㎡ 이하인 건축물 △높이 3m 이하 증축 건축물 등이 해당한다.

층수가 21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합계가 10만㎡ 이상인 건축물은 특별시장이나 광역시장의 건축허가 대상이다.


건축사가 아닌 사람은 건축허가 업무를 온전히 진행할 수 없으므로 건축주는 자신이 건축설계를 협의하고 설계를 의뢰한 사람이 건축사 자격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간혹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상대가 은연중 자신을 건축사로 생각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건축사법에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는 건축사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건축을 하면 10년은 더 늙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건축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의 많은 어려움 중 대표적으로 건축주가 시공 중에 시공자에게 끌려다니며 속앓이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민원이 10년은 더 늙는 걱정 요인 중 하나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법을 초월한 민원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건축 당사자에게 민원 해결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던 때부터 악성 민원이 더 활성화(?)된 것 같다.


감리제도 중 허가권자 지정감리라는 제도가 있다.

이는 단독주택 외의 주택용도 건축물에 대해 설계자가 아닌 허가권자가 추첨에 의해 건축사를 감리로 지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시공자와 유착된 설계자가 감리하지 못하도록 해 시공자의 의도(시공비 절약 목적 등)대로 시공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허가권자 지정감리제도가 시행되던 초창기에 필자도 허가권자 지정감리자로 선정돼 소규모 다세대주택을 감리한 적이 있다.

이 당시의 경험은 악성 민원인의 사필귀정 사례로 필자의 기억에 남는다.

작은 경험이지만 악성 민원의 결과를 독자들과 나눠보려 한다.


필자는 허가권자 지정감리로 선정된 후 건축주와 미팅을 가졌다.

건축주는 막 대학생이 된 자녀를 두고 있다면서 자신을 소개한 뒤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건축대상지인 자신의 집을 둘러싼 모든 집들이 이미 신축을 한 상태라 이제는 자신의 집만 구옥이며 신축 시 주변 민원이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고3인 자녀를 위해 대학 입학 때까지 미루다가 이제 건축을 하게 됐다며 감리 시 주변 민원 대응을 잘해 주기를 부탁하며 걱정을 한가득 쏟아 놓았다.

그 건축주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필자 또한 그의 걱정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시공 중에 많은 민원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구청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민원이 제기되자 비상주 감리인 필자에게 민원을 넘겼다.

그러다 보니 더 자주 현장을 나가게 됐고 왜 이렇게까지 민원이 심하게 발생하게 됐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역시 어처구니없는 큰 이유가 있었다.

건축주가 주변 건축물들 시공 당시 주변 건축주들에게 도가 넘치는 민원을 제기하고 수천만 원씩 비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건축주 본인도 자신이 제기했던 악성 민원의 대가를 톡톡히 되돌려받게 된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준공은 됐지만 악성 민원의 말로를 본 이 사례는 참으로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악성 민원은 주변은 물론 자신에게도 큰 건축비용, 소모적인 사회비용을 일으킨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엎친 데 덮친 격의 건설경기 악화로 직결된다.

위 사례처럼 먼저 신축한 사람들은 분양하고 떠날 테니 나에게 오는 피해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 악성 민원은 남의 일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결국 작게는 자신이나 주변의 건축비용 상승을 초래하지만 크게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국가 전반적인 피해를 유발하는 실마리가 된다.

종국에는 사필귀정으로 자신과 후손들에게 나쁜 영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 대국이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국민으로서 그에 걸맞은 자존감과 품위를 지켜나가길 바란다.





[이인화 도원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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