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바엔 상장사 다 팔아버리자”…밸류업 외쳐도 안 통하는 코스피

밸류업 정책 효과에도
PBR 1배 문턱 못넘어
대형주 PBR 1.1배인데
소형주 0.54배 불과

사진=챗GPT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도 코스피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장부상 청산가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대형주와 반대로 중·소형주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딱 1배를 기록했다.

PBR은 기업의 주당순자산(BPS) 대비 현 주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업가치 지표다.


보통 PBR이 1배를 밑돌면,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장부가로 죄다 팔았을 때 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더 낮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저 PBR 종목은 성장 동력 둔화, 낮은 자본 효율성을 이유로 주가가 할인(디스카운트)돼 있다고 받아들여진다.


코스피의 PBR은 연초 0.88배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이후 2월 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3월 중순 PBR이 1배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시장 예상보다 길어지고,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면서 코스피는 추가 조정을 받았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코스피 PBR은 1배를 넘기 위한 문턱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 코스피 PBR이 재차 1배 수준에 도달한 건 지난 5월 중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증권업계에선 중·소형주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병행되어야 국내 증시가 진정한 밸류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달 14일 기준 코스피 대형주의 PBR은 1.1배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평균(코스피) 대비 높은 수치다.


반면 코스피 중형주, 소형주의 PBR은 각각 0.72배, 0.54배로 시장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사실상 중·소형주의 부진이 국내 증시의 기업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 4대 금융지주 등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형주는 보통 사업구조가 안정돼 있다.

현금창출력이 뛰어나고, 사내 보유 현금도 많은 경우가 많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주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보조를 맞춰 배당 증액,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에 나설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사업 기반이 약한 중·소형주는 밸류업을 위한 충분한 자금이 없거나, 자본·자산 효율성을 제고할 사업적 여유가 없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총괄본부장은 “진정한 밸류업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수익률(ROA) 등 자본·자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중형주 중 대표 종목은 한국가스공사인데, PBR이 0.45배에 불과하다.

상속세 부담에 주가가 저평가 상태인 LS, CJ, 두산, 롯데지주 등 지주사들도 중형주에 포함돼 있다.


코스피 소형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퍼시스(0.8배), 아세아(0.39배), E1(0.27배), HDC(0.16배)도 PBR이 극도로 낮았다.


일각에선 대형주의 저평가 현상 해소 후 중·소형주로 온기가 옮겨갈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그동안 성장에만 힘쓰던 중·소형주가 최초로 주주환원을 시행할 경우 주가 상승 동력이 대형주 대비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사례의 경우, 대형주가 먼저 강세를 보인 후 중·소형주로 확산되는 흐름이 있었다”며 “대형주 위주 밸류업이 1라운드라면, 중·소형주는 2라운드”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주 중 가장 PBR이 낮은 종목은 이마트로, PBR이 0.14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주가는 상장 후 최고가에서 82% 급락했다.


그 밖에 태광산업(0.14배), 롯데쇼핑(0.19배), 현대제철(0.2배), 현대백화점(0.24배) 등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우량주 중에서도 저평가 종목이 여전히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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