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랐을 때 빨리 발 빼야지”…‘홍콩 대탈출’ 두 달 새 2천억 빠져나갔다

밸류업 효과로 깜짝 반등 불구
미중갈등·내수부진 우려 여전
늦기 전 차익실현 매도 이어져

중국 홍콩 증권거래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의 반등을 틈타 빠르게 자금 회수에 나섰다.

중학개미들은 특히 중화권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회복세를 보인 홍콩 증시를 위주로 주식을 팔아치우는 중이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전날까지 국내투자자는 홍콩 증시에서 1억6010만달러(약 22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국내투자자들은 홍콩 증시에 767만달러(약 100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매수 우위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강한 매도세로 전환한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매도 1위 종목은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HSCEI ETF(상장지수펀드)로 두 달 남짓한 기간에 1억4841만달러(약 2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의 매도세는 홍콩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같은 기간 중학개미는 중국 증시(상해·선전거래소 합산)에서 452만달러(약 61억원)를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홍콩 증시가 중국 본토보다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자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매도 행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부터 이달 22일까지 홍콩H지수는 17.42% 상승했다.

연초 5000선 밑으로 떨어졌던 홍콩H지수가 지난달 6000선을 뚫은 뒤 최근에는 7000선 돌파까지 노리는 상황이다.

홍콩항셍지수 역시 같은 기간 16% 오르며 19188.51를 기록했다.

9개월여 만에 20000선 탈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홍콩달러 당 원화값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발생한 환차익 효과가 매도세를 부추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때 상하이종합지수는 3.86%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중국 경기가 회복될 거라는 기대감이 증국 증시 전반의 반등을 이끌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부양과 더불어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신국 9조를 발표하는 등 경기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전망치인 4.6%를 웃돌은 5.3%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중국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고 내수 부진도 게속되는 등 중장기 리스크가 잔존하기 때문이다.


박주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올라 차익 실현 차원의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러나 경기가 뚜렷하게 나아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지표가 나와야 추가 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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