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2위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고유가로 역대 최고의 '실적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엑손모빌은 현지시간으로 어제(29일) 올해 2분기 순이익이 178억5천만달러(약 23조3천억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엑손모빌의 역대 최대 분기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46억9천만달러의 거의 4배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지난 분기 매출은 1천156억달러(약 151조1천억원)로 전년 동기 677억달러의 두 배에 육박했습니다.
셰브론도 이날 공개한 2분기 실적을 통해 역대 최대인 116억2천만달러(약 15조2천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전년 동기(30억8천만달러)의 4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셰브론의 2분기 매출 또한 지난해 360억달러에서 올해 650억달러(약 85조원)로 급증했습니다.
양사의 실적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도 뛰어넘었습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엑손모빌의 주당순이익은 4.14달러로 전망치 3.74달러를 상회했고, 셰브론의 주당순이익도 전망치(5.10달러)를 넘은 5.8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럽 회사 셀까지 합쳐 서방 3대 석유기업의 2분기 총 이익은 460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습니다.
석유 공룡들의 기록적인 실적은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원유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면서 2분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평균 가격은
배럴당 109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4% 치솟았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평균 휘발유 소비자가격도 지난달 14일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위축됐던 글로벌 소비자들의 여행·레저 등 경제 활동이 올해 들어 거의 정상화해 에너지 수요를 키운 것도 고스란히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엑손이 신(神)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견제구를 날린 데 이어 메이저 석유회사 경영진들에 서한을 보내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에 평균을 훨씬 넘어서는 정유 이익 마진이 미국의 가정들에 직접 전가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업들의 탐욕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7월 들어서는 향후 경기침체 공포가 높아진 여파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26달러까지 후퇴하는 등 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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