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트럼프를 설득하다니”…백악관 찾고 또 찾은 ‘이 남자’의 뚝심

젠슨 황 엔비디아 CEO. [EPA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칩 ‘H20’ 대중 수출 통제를 해제한 가운데 이를 이끌어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뚝심이 주목받고 있다.

수출 통제 조치가 결국 중국의 AI 역량 고도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을 집요하게 설득한 것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자사 AI 칩 ‘H20’의 중국 판매를 막은 뒤로 데이비드 색스 AI·암호화폐 차르, 스리람 크리슈난 AI 수석 정책 고문 등 AI 부문 백악관 인사들과 자주 접촉했다.

미국의 AI 칩 판로를 막기보다는 오히려 늘려 미국의 기술 패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이들을 공략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칩 수출 수량 제한 규제를 해제하며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 칩을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규제 해제에는 색스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도 같은 달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하며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AI 칩 1만8000개를 공급하는 초대형 계약을 따냈다.


젠슨황(가운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공급망박람회(CISCE) 행사장을 떠나며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 = 연합뉴스]

황 CEO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 시장 복귀를 노렸다.

여론전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설득 작업을 병행했다.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방문 직후 대만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미국의) 수출 규제는 오히려 중국 기업만 더 강하게 만들었다”며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7월 초엔 워싱턴DC를 방문해 싱크탱크와 백악관 관계자들과 만나 “미국 기술 스택은 달러처럼 글로벌 표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에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똑같은 취지의 주장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시도했다.

NYT에 따르면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H20의 중국 판매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 시장을 현지 경쟁사들에 내주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회담에 동석한 색스도 황 CEO의 주장을 거들며 지원 사격을 했다.

1시간에 가까운 회담 끝에 트럼프 대통령은 H20 수출 통제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NYT는 “황 CEO는 조용히 백악관 내부 인물들과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는 등 지구촌을 누비는 협상가로 변신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H20 대중 수출 통제 해제를 매개로 현재 ‘관세 휴전’ 중인 중국과 대타협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가안보를 이유로 시행 중인 반도체 장비, AI 칩 등 중국에 대한 기술 분야 수출 통제 조치 일부를 협상 카드로 제시해 중국에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양국이 오는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전후로 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미닉 추 유라시아그룹 분석가는 “트럼프는 모든 분야에 규제를 걸어야 한다는 집착이 없다”며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을 수 있다면, 수출 통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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