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협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무역 협상에서 한국과 일본 등 힘을 합쳐야 할 동맹국에 가혹한 부담을 요구하고 정작 견제 대상인 중국에는 저자세로 일관해 동맹국 협상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애초 고율의 상호관세로 중국을 압박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 중국의 강력한 희토류 맞불 공세에 좌초되면서 애꿎게 동맹국에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이미 지난 4월 3일부터 발효한 25%의 자동차 품목관세가 대미 핵심 자동차 수출국인 한국과 일본에 막대한 피해를 떠안기고 있다.


17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무역통계 속보치를 보면 지난달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0.5% 줄며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대미 수출이 11.4%로 감소하며 5월(11%)보다 낙폭을 키웠다.

전체 수출 품목 중 핵심인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26.7% 급감한 탓이다.

이는 4월 발효된 25%의 자동차 품목관세 여파로, 자동차는 일본의 최대 대미 수출 품목이다.

전체 수출에서 28.3%를 차지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서도 한국 완성차 업계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5월 한국의 경상수지는 101억4000만달러(약 13조8300억원) 흑자를 거뒀지만 수출 부문에서 승용차(-5.6%)와 철강(-9.6%)이 현저하게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동남아시아(8.2%)향이 증가한 반면 미국( -8.1%)향은 급감했다.


한일 경제가 트럼프 관세로 주력 산업에서 신음하는 반면 중국은 올해 2분기 깜짝 성장률을 기록하며 트럼프 관세의 '역설'을 확인시켰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5일 공개한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5.2%에 달했다.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만 수출 부문에서 관세 인상 전 재고 확보 수요와 대미 수출 감소분을 아시아와 유럽연합(EU)으로 넓힌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동맹국을 상대로 더 많은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협상에서 중국에 대해 관세율을 크게 낮춰준 것은 물론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체류 허용,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 등 통 큰 양보를 결정했다.

지난 4월 막았던 엔비디아의 H20 인공지능(AI) 칩의 대중 수출을 다시 허가한 것도 이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일본을 겨냥해 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예정대로 다음달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핵심 이익인 자동차 품목관세(25%)를 인하할 뜻이 없는 가운데 쌀 시장 등 농산물 개방과 방위비 부담 확대 등을 요구하자 "동맹국이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일본을 거칠게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유지가 쉽지 않은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동맹국을 집중포화하는 트럼프 관세 전략으로 미국의 관세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의 관세 수입은 640억달러(약 88조9000억원)로 사상 최대 분기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470억달러(약 65조원) 급증한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현저한 이익 불균형 요구 속에서도 동맹국들은 미국의 재보복 가능성 때문에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알렉산더 클라인 서식스대 경제사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캐나다, EU 등은 갈등 고조에 따른 물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타격을 두려워한다"며 "트럼프는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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