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은 한바탕 요동을 쳤다.


연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압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해임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S&P500은 장중 0.8% 하락하기도 했고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5%를 뚫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설을 적극 부인하면서 시장은 다시 정상화됐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트럼프·파월 갈등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의 커다란 뇌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CBS·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과 진행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파월 의장 파면에 대해 의견을 물었고 의원들은 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고자 작성한 서한의 초안까지 보여줬다는 구체적 정황도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질의에 "파월 문제를 얘기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떻게들 생각하느냐고 묻자 거의 모두가 해임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좀 더 보수적"이라며 면직 가능성이 작다고 답했다.

초안은 윌리엄 풀티 연방주택금융청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풀티 청장은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 공사비가 과도하고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며 파직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당초 이날 첫 보도 직후 시장이 출렁거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그가 (연준 건물 보수를 둘러싼) 사기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해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떤 것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해임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뉴스 사이트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 인터뷰에서는 파월 의장을 겨냥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파월이) 사임을 원한다면 너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만약에 내가 그를 해임하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가 연준에서 하고 있는 '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가 경질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압박에서 시작된 문제가 연준 리노베이션 사건이 불거지며 해임설로까지 비화된 상황이다.

현재 연방준비제도법에 따르면 의장을 맡고 있는 연준 이사회 구성원은 '정당한 사유로 해임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정당한 사유에 금리 인하 거부는 포함되기 어렵기 때문에 연준 공사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파월 의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하면 파월 의장이 법적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금리 인하와 자진 사퇴 압박용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 수위를 계속 높여가는 점에 비춰볼 때 실제로 해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트럼프는 연준 공사비와 관련해 "나는 그것을 살펴봐야겠다"며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파월 의장 해임설에 시장이 흔들린 것처럼 실제로 면직되면 시장에 미칠 파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도이치뱅크는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파월 의장이 해임되면 달러가치가 하루 만에 3~4% 폭락하고, 미 국채금리는 0.3~0.4%포인트 폭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월가 거물들이 일제히 파월 의장 구하기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과 중앙은행 총재 간 갈등은 수차례 있었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확립된 지금 수장이 낙마하면 시장의 신뢰를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연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보존하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도 성명을 내고 "독립성이 연준의 신뢰를 이끈다"며 "독립성은 우리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미국의 경쟁력에 핵심적"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은 독립적이게끔 설립됐다"고 강조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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