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은 제로섬 게임
美기업 규제땐 중국이 승리”
희토류 협상 카드로도 활용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 칩에 대한 중국 수출을 허가한 것은 중국 화웨이가 AI 반도체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고위 당국자의 설명이 나왔다.


또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H20 칩의 중국 수출이 지난달 중국과 합의한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 해제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AI·가상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는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 화웨이가 훨씬 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화웨이에 중국 시장 전체를 넘기면 화웨이의 연구개발을 엄청나게 보조하게 된다”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 기술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면 그들을 중국의 품 안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뒷받침으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으려면 엔비디아가 저사양 AI 반도체를 중국과 다른 나라에 팔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가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게 하고, 그들 손을 묶지 않고, 방해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건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은 엔비디아 같은 우리 기업이 아니면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색스는 또 다른 나라들이 AI 반도체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구동하는 운영체계, 데이터센터에 있는 AI 모델 등 첨단기술에서 미국산을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비유했다.

그는 “약간 달러화와 같다”면서 “우리는 기축통화가 되기를 원하며, 우리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에 대한 ‘카드’로 활용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사진 = AP 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H20 칩 수출을 허가한 이유와 관련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중국에 이 같은 칩 구매를 허용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막았고, 이후 중국과 (희토류) 자석 합의를 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칩을 다시 팔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AI 기술을 견제하기 위해 고사양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이보다 성능이 낮은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중순 엔비디아가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는 통제 조치에 나섰던 바 있다.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자석 합의’는 미·중 양국이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일부 해제를 맞교환하기로 한 합의를 뜻한다.


러트닉 장관은 “이건(H20) 오래된 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바이든은 중국에 판매할 수 있게 했고, 우리는 그 결정을 재고했다.

하지만 이제 엔비디아가 가장 최신형 칩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엔비디아가 최신형 칩인 블랙웰을 개발했고, H200과 H100 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중국 판매를 허용한 H20 칩은 성능 기준으로 네 번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에 최고의 제품을 팔지 않는다.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좋은 제품도 팔지 않는다.

네 번째로 좋은 제품을 파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H20 칩 수출 통제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은 우리가 제네바와 런던에서 활용한 협상 카드라고 할 수 있다”면서 “중국은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갖고 있었고, 우리는 중국이 원하는 것들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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