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과 벌이는 관세협상에서 자신의 지지층인 농민을 확실히 챙기고 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공통점은 관세율 인하 대가로 미국에 농산물 시장을 확대·개방했다는 점이다.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이러한 틀이 유지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간 무역협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 획기적인 협정은 인도네시아 전체 시장을 미국에 역사상 처음으로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 농장주와 농민, 어민들은 2억80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완전하고 총체적인 접근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에너지 구매에 150억달러(약 20조8000억원), 미국산 농산물 구입에 45억달러를 할당하고 대부분이 777 모델인 보잉 항공기 50대를 사들이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국민의 우정과 무역적자 균형을 맞추겠다는 약속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의 무역협정 타결을 발표한 다음날인 16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인도네시아의 무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00억달러로 상위 15위권에는 들지 않지만 성장세에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인도네시아 수출과 수입은 각각 3.7%, 4.8% 증가해 미국은 약 180억달러의 상품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 기존 32%였던 관세를 베트남(20%)과 비슷한 19%로 낮추고 미국 제품 관세는 0%라고 선언했다.


미국과 베트남 간 합의에는 29억달러 규모로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장 먼저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협정을 맺은 영국도 상호관세율을 10%(기본관세)로 유지하는 대신 소고기와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와 벌이는 협상에서도 비슷한 합의를 끌어낼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인도네시아와 맺은 무역협정)와 같은 몇몇 협의가 발표될 것"이라면서 "인도와도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며 우리는 인도에 완전히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도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과 국방비 확대 등 폭넓은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과 반도체 분야에 관세 압박도 계속하고 있다.

자동차·철강에 이어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품인 의약품과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까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대강 대응보다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브라질은 지속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정부를 상대로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무역법 301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행위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브라질 역시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령 서명을 통해 미국이 실제로 50% 관세를 부여하면 동일 비율 관세 부과로 응수하기 위한 법적 수단을 확보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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