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에서 이탈표 나오며 부결
장기보유자 차익실현 겹쳐 가격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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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
사상 처음으로 12만달러(약 1억6647만원)를 넘으며 세계 5대 자산으로 등극했던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하락하고 있다.
미국 하원이 예고한 ‘크립토 위크(가상자산 특별 입법 주간)’ 중 가상자산 3법의 처리가 무산된 데다가 신고가 경신 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가상화폐 3법의 심의 시작을 위한 절차적 표결을 196대 222로 부결시켰다.
하원은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정하고 3개의 가상화폐 법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의도하는 ‘지니어스 법안’ 등이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가상화폐 정책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원 절차 표결에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공화당 의원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여당 공화당 의원 12명과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절차 표결이 부결됐다.
블룸버그는 “이번 부결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반대 표를 던진 이들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 법안’에 연준의 가상자산 발행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며 해당 법안 수정과 반CBDC 감시국가법안 통합을 요구했다.
지니어스 법안의 경우 이미 상원을 통과했기 때문에, 하원에서 수정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에 앞서 다시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반대한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고 예정됐던 본회의 표결 일정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늦게 트루스소셜에 “지니어스 법안 통과에 필요한 12명의 하원의원 중 11명과 함께 백악관에 있다.
짧은 논의 끝에 이들 모두 내일(16일) 아침 이 법안에 찬성 표를 던지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재표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부결 소식 이후 비트코인은 한 때 3%대 하락으로 11만70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
16일 오전 10시47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 대비 1.3% 빠진 11만7771.35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랠리에서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이 대거 실현한 것도 하락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투자자들은 총 35억달러(4조859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했다.
올해 들어 하루 기준 최대 규모 중 하나다.
특히 장기 보유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
차익 실현 총 35억달러 가운데 56%인 19억달러는 155일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날 하락은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가상화폐 거래소 파이42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아비나시 셰카르는 “비트코인이 11만7400달러 근방으로 후퇴한 것은 급격한 랠리 이후의 건전한 시장 역학을 반영한다”며 “가격 하락에도 기관의 관심은 여전히 강력하며 지표들은 전반적인 상승 추세가 굳건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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