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비즈협회 선정, ‘이달의 혁신기업인’] 이종훈 에이스나노켐 대표 인터뷰

◆ 혁신기업 성공사례 ◆
에이스나노켐 이종훈 대표. [사진제공 = 에이스나노켐]
“우보천리(牛步千里) 경영도 혁신경영입니다.

혁신경영을 추진하는 이유는 경쟁우위를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한정된 자원을 지닌 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내실을 튼튼히 다지는 것이 필수적이죠. 이렇게 쌓아 올린 견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행복 경영’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강소기업으로 우뚝 선 에이스나노켐의 이종훈 대표는 ‘우보천리 경영’을 통해 구성원과 고객 모두가 행복해지는 경영을 꿈꾼다.

단순히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탄탄한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자신만의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회장 김명진)는 ‘우보천리 경영’을 통해 확고한 경쟁력을 입증한 이종훈 대표를 ‘이달의 혁신기업인’으로 선정했다.

메인비즈협회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매월 ‘이달의 혁신기업인’을 선정하고 있다.


반도체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화학적•기계적 연마) 연마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이종훈 대표(63)를 경북 영천 본사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유일의 콜로이달 실리카(Silica) CMP 연마 입자를 생산한다고 들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회사의 핵심역량은 무엇인가요?
이 대표: CMP 연마제의 핵심 원료인 콜로이달 실리카(Silica) 입자를 자체 기술로 생산할 수 있는 독보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입자 제조 공장을 운영하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실리카 슬러리(Slurry)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콜로이달 실리카 슬러리는 반도체 CMP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소재로, 공정 효율과 제품 품질을 좌우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반도체 산업 호황이 좋기도 했지만, 연구개발과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을 통해 매출을 4배나 늘렸습니다.

2023년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잠시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시장 회복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고 있답니다.


-콜로이달 실리카 슬러리는 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만 쓰이나요?
이 대표: 그렇지 않습니다.

반도체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 산업에서도 많이 쓰입니다.

저희 매출 중 80%는 반도체용이고, 나머지 20%는 산업용입니다.

수출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요.
-AI(인공지능)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첨단 반도체의 생산능력이 더욱 더 중요해졌는데요. 이에 따라 CMP 슬러리도 제품 고도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대표: 반도체 공정 고도화에 발맞춰, 초기에는 8인치용 CMP 슬러리를 개발해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에 납품했습니다.

2015년에는 250억 원을 투입해 경북 영천에 제 2공장을 준공하며 12인치 시장에 진입했고, 이 공로로 SK하이닉스 ‘기술혁신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지요.
당사의 CMP 슬러리는 중간 가격대 제품입니다.

고가 시장으로 진입하려면 초고순도 입자나 메탈 슬러리 생산 라인이 필요합니다.

특히 초고순도 입자는 일본기업이 독보적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기에,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8년 이상 투자를 했답니다.

퀀텀 성장을 위해선 고가의 메탈 슬러리 제품이 필요했거든요. 그동안 10년 넘게 매출액의 15% 이상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선도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차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초고순도 입자 양산을 위한 신규라인 증설 및 제품 개발은 잠정 중단한 상황입니다.


-큰 결단이었겠습니다.

그래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대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천천히 가는 것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전략입니다.

그동안 투자했던 매몰비용(Sunk Cost)이 아깝지만 축적된 기술을 보완하며 기다릴 줄 아는 것도 큰 용기라고 봅니다.

특히 초고순도 입자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10 여년간 초고순도 입자를 연구해온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수행했지요. 오랜 노력 끝에 시제품까지 생산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일본 업체가 이미 너무 앞서가 있기에, 저희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투자규모가 너무 컸습니다.

무리해서 도전하기 보다는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업은 온 정성으로 간절하게 해야지, 멋있게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여 주기식 경영이 싫어 외부 투자는 일체 받지 않고 자체자금으로만 경영하다 보니 더욱 더 신중해집니다.


-경영전략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가격경쟁력이나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가능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이 대표: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당장은 차별화 전략 대신 가격경쟁력 우위 전략을 고수하기로 한 거죠. 선점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겠지만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도 성공한 기업들이 많아요. 저는 시장에서 우리의 능력과 경쟁력을 고려하여 현재로는 선점전략보다는 ‘재빠른 추격자 전략’이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힘이 축적되면 과감하게 도전할 겁니다.

우보천리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우보’가 아니라 ‘천리’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한 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고려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타인자본으로 투자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기업공개를 통한 성장전략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지속가능 성장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던 거죠.
-우보천리 경영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차별화 전략을 펼칠 계획인가요.
이 대표: ‘재빠른 추격자 전략’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하나는 기술 변화 흐름을 놓치지 않고 면면히 관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가 왔을 때 투자할 수 있는 자금입니다.

저희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간다고 자부합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며, 이를 지속하기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5년간의 생산 노하우와 꾸준한 투자로 현 제품 시장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거든요. 또한 10년 이상 기술개발에 투자한 덕분에 이 분야의 기술 전개 방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답니다.

물론 자만하지 말아야죠.
우보천리 경영을 통해 구성원들이 더 많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복지를 늘려 더 능력 있는 구성원들을 확보하는 게 ‘재빠른 추격자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봅니다.

구성원들이 행복해야만 우보천리 경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기회는 분명 찾아올 겁니다.

투자 적기는 모두가 어렵다고 느낄 때입니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겉보기에 화려한 성장전략 대신 우보천리 경영을 통해 행복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이 대표: 몇 년 전에 SK그룹이 협력사 대표들에게 ‘행복경영’을 전수해줬어요. 그때부터 행복경영에 눈을 떴답니다.

구성원은 물론 고객과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기업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우보천리 경영을 통해 행복경영이 뿌리를 내리면 세계적인 CMP 슬러리 업체로 우뚝 설 날이 올 거라도 믿습니다.


에이스나노켐 이종훈 대표. [사진제공 = 에이스나노켐]
주요이력
62년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84년 ~ 87년 안건회계법인 공인회계사/ 87년 ~ 89년 영원무역 자메이카 법인장/ 90년 ~ 2012년 6월 딜로이트안건, 선진회계법인 경영컨설턴트 및 대구 대표/ 2012년 7월 ~ 현재 에이스나노켐 대표이사
◆ ‘이달의 혁신기업인, 이종훈 대표는 누구?
이종훈 대표의 경영철학은 ‘우보천리(牛步千里)’다.

내실경영을 고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공개로 일시적인 주목을 받기보다, 내실을 다지며 뚜벅뚜벅 전진하다 보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회계사로 25여년 일하며 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봐 온 터라, 폼 나는 경영보다 내실경영이 지속가능 성장확률이 높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관리회계(管理會計)’ 관점에서 접근하려 애쓴다.

“꿩 잡는 매라는 말이 있잖아요. 활이나 총만으로 꿩을 잡을 필요는 없지요.” 그에게 ‘꿩’은 넉넉한 자금이고, 국제 경쟁력이며, 지속가능 성장이다.

준비 안된 무리한 확장전략 대신 내실경영으로도 ‘꿩’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구성원들의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도 관심이 많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는데, 구성원들의 운용수익률이 기대보다 낮더군요. 몇 년 전부터 제가 직접 자본시장의 원리를 알려주기도 하고, 운용사에 투자교육을 의뢰하기도 한답니다.


그는 말로만 행복경영을 외치지 않는다.

구성원 복지 프로그램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만들어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은 물론, 구성원들이 공부하면 학비도 지원한다.

시차 출근제, 4년차부터 지급하는 장기근속포상금, 자녀 출산 지원금, 회사 성과에 연동하는 성과급 등이 모두 파격적이다.

우리사주제도와 스톡옵션 등을 통해 이익을 구성원들과 나눈다.


사업할 때는 참고 기다리는데 익숙하지만, 삶에서는 도전적이다.

회계사 생활 3년 만인 25세에 영원무역 자메이카 공장장으로 변신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영원무역에서 자메이카 현지 공장장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30분 만에 결심했습니다.

곧바로 자메이카에 가서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운영했답니다.

영어도 제대로 못했지만 패기 하나로 600 여명의 현지 직원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운영했지요.”
지난 2012년엔 부실경영과 경영권 분쟁으로 폐업 직전에 몰렸던 에이스하이텍의 CMP 슬러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지금의 에이스나노켐을 일궈냈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당시로선 엄청난 도전이었죠. 큰 불확실성에 전 재산을 투자했으니까요.”
이 대표가 가장 많이 배우는 인물은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이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면 항상 ‘성 회장님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를 생각한단다.

다수의 인수 및 합병(M&A)으로 대규모기업집단에 오른 영원무역처럼, 이 대표 역시 소신 있는 ‘우보천리 경영’으로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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