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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니크 신네르가 우승 트로피를 든 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연합뉴스 |
지난해부터 세계 남자 테니스 메이저 대회 챔피언에는 단 2명의 이름만 새겨졌다.
앞서 20여 년간 지배했던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작년엔 세계 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호주오픈과 US오픈 챔피언에 올랐고,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와 프랑스오픈을 제패했다.
올해도 이들은 1승씩 나눠 가졌다.
신네르가 호주오픈 2연패에 성공했고,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에서 신네르에게 0대2로 뒤지다 3대2로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왕좌에 올랐다.
새로운 테니스의 '빅2 시대'다.
지난해부터 윔블던 직전까지 6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나란히 3개씩 트로피를 나눠 가진 신네르와 알카라스. '최강' 조코비치도 이들의 기세에 눌려 메이저 우승이 멈춘 지 오래다.
그리고 팽팽하던 둘의 균형이 깨졌다.
'윔블던 3연패'를 노렸던 '잔디 왕자' 알카라스를 상대로 신네르가 회심의 승리를 거뒀다.
동시에 앞서 열린 프랑스오픈에서의 충격적인 역전패 악몽도 날렸다.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총상금 5350만파운드·약 997억원) 남자 단식 결승에서 신네르는 1세트를 먼저 내줬지만 이후 3세트를 모두 따내며 3대1로 우승을 차지했다.
1세트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두 번이나 내주며 패한 신네르는 이후 틈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4세트가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게임 스코어 4대3으로 앞선 신네르는 서브 게임에서 15대40으로 밀려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집중력을 발휘해 4번 연속 득점하며 서브 게임을 지켰고, 게임 스코어 5대4에서는 강한 서브로 3시간4분의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네르 개인과 자신의 조국에 모두 의미 있는 승리였다.
앞서 알카라스에게 5연패를 당하고 있던 신네르는 깔끔한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네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품은 신네르의 우승 상금은 무려 300만파운드(약 56억원)에 달한다.
이탈리아 테니스계에도 경사다.
지금까지 남녀를 통틀어 이탈리아 선수가 윔블던에서 우승한 것은 신네르가 처음이다.
묘하게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 신네르와 알카라스는 서로를 넘어야 한다.
신네르는 호주오픈과 US오픈에 이어 윔블던 트로피까지 추가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프랑스오픈만 남겨두게 됐다.
알카라스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서는 신네르가 버티고 있는 호주오픈 트로피를 품어야 한다.
[조
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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