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연합(EU)이 대규모 위성망 공동 구축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우주 분야 국제 협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자 미국 민간기업에 대한 위성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오는 23일 도쿄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이사회 상임의장 등이 정상회담을 하고 이 같은 방침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3일 보도했다.
양측은 다수의 소형 통신위성을 동시에 발사한 뒤 이를 일체화해 운영하는 '위성 콘스텔레이션'을 공동 구축할 예정이다.
일종의 위성군을 뜻하는 위성 콘스텔레이션 기술을 활용하면 대형 위성 1개로는 어려운 고정밀 관측을 더 자주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상호 통신도 가능하다.
일본과 EU는 위성 콘스텔레이션을 핵심 기반시설로 여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위성을 4만기 이상 연결하는 초대형 위성망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위성을 1만기 이상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EU는 290기, 일본은 2030년대 초반이 돼야 위성 시스템 5기를 조성할 수 있다.
국가별 위성 역량 편차가 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우주 분야 협력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머스크 CEO는 지난 3월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엑스·옛 트위터)에 "스페이스X '스타링크'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군대의 중추"라며 "내가 이것을 끄면 우크라이나 전선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썼다.
머스크 CEO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위협한 이후 유럽에서는 미국 위성 의존도를 낮추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닛케이는 "일본이나 EU 회원국들을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지만 보안 관련 정보기술에 대한 미국 의존도가 높다"며 "양측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손을 잡는다"고 전했다.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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