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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웃 국가 캐나다 때리기에 나섰다.
관세 협박과 주권 농락으로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의 사임을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카니 총리에게 서한으로 35%라는 높은 상호관세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카니 총리에게 보내는 관세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는 “캐나다는 미국과 협력하는 대신, 자체 관세로 보복했다”며 “2025년 8월 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캐나다 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는 별도로 3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펜타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 위기는 부분적으로는 캐나다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을 차단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캐나다는 협력 대신 관세로 보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많은 관세 및 비관세 무역 장벽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지속 불가능한 무역 적자를 초래한다”며 “캐나다는 미국 낙농업자에게 최대 400%에 달하는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캐나다가 이(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자국 관세를 인상한다면, 그 인상분은 미국의 35% 관세에 추가로 반영될 것”이라며 재보복을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관세 서한을 보낸 것처럼 캐나다와의 협상 여지를 남겼다.
그는 “캐나다가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해 협력할 경우 관세 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의 합성마약 펜타닐 밀매와 불법 이민자 유입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향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준수 상품에 대해선 관세 적용 면제 조치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25∼40%의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적시한 관세 서한을 공개했다.
9일에도 브라질, 필리핀 등 8개국에 추가 관세 서한을 보냈다.
상호관세 발효 시점은 모두 8월 1일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NBC와 인터뷰에서 상당수 무역 상대국에 15% 또는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나머지 모든 국가는 15%든 20%든 관세를 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비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국가’는 서한을 받지 않은 국가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모두가 서한을 받을 필요는 없다”며 “우리는 우리의 관세를 정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다음 주 월요일(14일)에 러시아에 대한 중대한 성명을 발표할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성명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러시아에 대해 실망스럽지만, 앞으로 몇 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에 각국은 자신들만의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리코드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 제품을 사줄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브라질의 대미 무역은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불과하다.
미국 없이 생존할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관세 분쟁이 끝이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미국과의 직접 협의를 통한 관세율 조정,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체 구성을 기반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이 모든 과정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50%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50%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단하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브라질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0%에서 50%로 대폭 올렸다.
동아시아 최대 동맹국 일본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9일 지바현 후나바시역 앞에서 진행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도중 미일 관세협상과 관련해 “국익을 건 싸움이다.
깔보는데 참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동맹국이라도 정정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0일 민영방송 후지TV 계열 위성방송 BS후지 프로그램에서 관련 질문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니까, 말을 들으라는 식이라면 곤란하다”며 “미국 의존에서 한층 더 자립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미국이 일본에 새로 통보한 상호관세율은 25%로 지난 4월 발표된 종전 수치(24%)보다 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20% 상호관세 서한을 받은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급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건너가기로 했다.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라사로 장관은 “(회담에서) 관세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며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협상단을 파견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대통령실 측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오는 20∼22일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미국 백악관 관계자는 회담이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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