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2%p’ 한미 금리차도 부담
“시장 불확실성 속 지나친 인하는 자산 가격만 키워”
하반기 중 금리 인하 가능성 높다는 전망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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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
한국은행이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7월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5월 경기둔화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던 한은은 주택가격·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미국(4.25∼4.5%)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2%p로 유지됐다.
역대 최대치인 한미 금리 차이도 기준금리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달엔 금리를 동결하고 연내 0.25%p 정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고용 등 미국 경제가 안정적이라 금리를 급히 낮출 이유가 없는 만큼 한은도 연준 속도에 맞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는 8월 회의까지 새 가계대출 관리 방안과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규제 효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추가경정예산 집행 상황 등을 지켜볼 계획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는 안정적인 물가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낮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무역협상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고 최근 강화한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 유지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43% 올랐다.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주택매매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도 6월 한 달간 금융권 전체에 6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증가세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내놓았다.
5월 금리 인하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만 끌어올릴 수 있다.
코로나19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라며 집값 추이를 지켜보며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에 앞서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은이 여러 번 경고했듯이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심리는 가계부채를 늘린다”라며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같이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춰 한은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고 미국 관세 충격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집값과 가계대출이 안정세로 접어들면 한은이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타났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가계부채나 부동산보다 현재 경기 상황이 더 위험하다”라며 “특정 지역 집값이나 가계부채 문제는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보다 미시적 정책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중 금리 인하가 1~2차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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