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권' 장악 나선 美 … 韓기업에겐 시장 진출 절호의 기회 [Science in Biz]

현대건설과 미국 홀텍사가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모델 조감도. 현대건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해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에너지 패권(Energy Dominance)'을 앞세워 석유·천연가스와 전력의 생산 증대, 원자력발전의 4배 확대, 에너지 규제 완화 및 공급망 확충을 핵심 에너지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가스 발전 산업에서 신규 사업의 사업성이 강화되고 있고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도 보조금은 일부 줄지만 주요 경쟁국인 중국 대비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시장 상황 변화를 자세히 분석하고 신속히 사업 전략을 수정하면서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에너지 산업은 대형 원자력발전과 미래형 에너지인 소형모듈원전(SMR)이다.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에 맞춰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미국은 최근 대형 원전을 10여 곳에 추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SMR에 대한 노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주인 뉴욕주는 새로운 대형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에 대한 기자재 공급 및 SMR 제작과 관련해 미국 기업과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미국 원자력발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에 증기발생기 등 원전 기자재를 공급한 바 있으며 뉴스케일파워에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와 지분 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테라파워와는 SMR 주 기기 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미국 원전 전문기업 홀텍과 손잡고 미시간주 펠리세이즈 원전 용지에 SMR-300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와이팅터너, DPR컨스트럭션 등 건설사와 원자력 관련 경험이 풍부한 자크리, CB&I 등과 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내 전력 수요 급증으로 송전, 배전, 변전소 등 신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대형 변압기 평균 연령이 40년을 초과하고 있고 송전선도 인프라 노후화가 심각해 대체 수요가 많다.

전력 인프라 현대화에 필요한 변압기, 송배전선 등 전력 기자재는 대한민국 기업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이미 수출 실력이 매우 높다.

변압기를 만드는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과 전선을 생산하는 LS전선, 대한전선의 미국 시장 진출이 기대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 역시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전력 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ESS 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SK가스, 한화에너지, 삼성물산, SK E&S, 한국남부발전,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등 많은 기업이 ES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수요 부진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배터리 기업 역시 미국 ESS 사업에서 많은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는데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화재 방지에 뛰어나 많은 성장이 예상된다.

대한민국의 주요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강화해왔다.

다행히 미국 하원은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이 반영된 세제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세액공제 제도 종료 시점을 기존 2032년 말에서 2031년 말로 1년 앞당기는 수준에 그쳤다.


개정안에는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규제도 포함됐는데, 중국 업체 진출이 제한되면서 대한민국 배터리 기업이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상당히 약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가스 발전소 건설도 많이 추진되고 있는데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에는 매우 매력적인 사업 기회가 되고 있다.

남부발전은 미시간주 나일스에서 진행한 가스 발전소 건설·운영 프로젝트에서 상당한 사업적 성공을 이뤘다.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에 한국산 기자재 의무 사용 조항을 명문화함으로써 2400만달러 규모의 기자재를 수출한 것은 발전 공기업과 국내 기자재 기업이 미국 시장 동반 진출에 성공한 좋은 사례다.


2015년 필자가 소속돼 있는 에너아이디어와 한전은 미국령 괌을 대상으로 미래 전력 계획 타당성 연구 컨설팅을 시행했다.

이후 10년간 한전과 한국동서발전 및 국내 기업이 함께 현재까지 괌에서 2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에 매우 좋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사업 수익성이 좋고 사업 위험은 낮다.

또 우리나라와 미국은 에너지 안보, 경제 안보, 국방에서도 매우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에 많은 사업적인 협력과 성공은 국가적으로도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앞서나가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결정적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다.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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