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영역 도전 나선 나노필리아
나노바이오포토닉스 통해 조기 진단
서울대 출신 교수 3인이 창업
전문 경영인 통해 R&D-경영 분리

알츠하이머는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

치매의 대표적 원인 질환으로 불리면서도 알려진 내용이 적어 ‘미지의 영역’으로 불린다.

당연히 조기 진단도 쉽지 않다.


이 같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국내 바이오텍이 늘고 있다.

2023년 서울대 박사 출신 교수 3명(정대홍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김종호 한양대 ERICA 재료화학공학과 교수·이승기 단국대 융합반도체공학과 교수)과 전문 경영인(김민석 대표) 1명이 힘을 합쳐 설립한 나노필리아도 그중 하나다.

정대홍·김종호·이승기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나노필리아는 서울대 박사 출신 교수 3인방이 설립했다.

앞쪽부터 이승기 단국대 융합반도체공학과 교수, 김종호 한양대 ERICA 재료화학공학과 교수, 정대홍 서울대 화학교육과 교수. (윤관식 기자)

Q. 공동 창업을 결심한 배경은.
A. (정대홍·이승기·김종호 교수) 우리 연구의 공통된 키워드는 나노다.

사명인 나노필리아도 나노를 좋아해 교감(philia)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물론 나노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연구하는 분야도 조금씩 다르고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김종호 교수는 나노입자의 합성과 진단 프로토콜 개발에서 뛰어나고, 이승기 교수는 빛의 플라즈몬 특성을 이용한 분자 센싱에 관심이 많다.

정대홍 교수는 광학 측정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20여년 정도 함께 나노를 연구하다 보니 각자의 역량 간 시너지가 분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확보한 기술을 학교에만 둘 게 아니라 실용화하면 좋겠다는 판단에 공동 창업을 결심했다.


Q. R&D와 경영을 분리한 구조가 눈에 띈다.


A. (정대홍 교수) 가장 큰 고민은 학교와 연구만 하던 사람들이 사업과 경영을 잘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고민해봤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떠올린 게 연구개발(R&D)과 경영의 분리다.

3명의 교수는 연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을 창업하고 성공 경험이 있는 김민석 대표와 손을 잡게 됐다.

현재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3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 돌이켜봐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Q. 왜 조기 진단 부문에 초점을 맞췄나.
A. (정대홍·김종호 교수) 알츠하이머 치료를 연구하는 사람과 기업은 워낙 많고, 우리가 전문성 있는 영역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현대 의학이 발전할수록 조기 진단의 가치가 빛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치료가 이뤄지려면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그 진단도 너무 늦으면 큰 의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법은 건강검진 정도다.

문제는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알츠하이머 치료는 점차 성과들이 나오는 반면 진단 시장은 여전히 개화가 안 된 상태다.

조기 진단 시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Q. 어떻게 알츠하이머를 조기 진단할 수 있나.
A. (이승기 교수) 현재 주로 쓰이는 조기 진단 방법은 특정 질환과 연관된 단백질(항원)의 혈액 속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게 쉽지 않고 부정확한 측면도 있다.

우리는 항원(Antigent)과 항체(Antibody)의 서로 달라붙는 특성과 나노 물질을 활용한다.

나노 물질 표면에 항체를 붙여두면, 항원에 붙는다.

재밌는 건 항원과 항체가 붙었을 때 나노 물질에서 산란되는 빛과 붙지 않았을 때 산란되는 빛이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는 ‘SERS technology’라는 표면 증강 라만 산란(SERS) 기반 기술을 통해 극미량의 신호도 잡아낼 수 있다.


Q. 췌장암 등 다른 질환에도 적용 가능한가.
A. (정대홍·이승기·김종호 교수) 우리 기술은 모든 항원과 항체 조합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언젠가는 췌장암도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췌장암은 단일 단백질(바이오마커)을 통한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이다.

일종의 멀티플 바이오마커 진단이 필요한 분야다.

다만 우리는 이미 췌장암 조기 진단 등에 대한 국가 과제를 받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올해 2월 과제가 종료됐고 연구 내용은 발표를 앞둔 상태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기존 기술에 비해서 월등히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


Q. 경쟁 기업인 일본 후지레비오는 이미 FDA를 통과했다.


A. (정대홍·김종호 교수) 후발 주자 입장에선 오히려 긍정적 요소라고 판단한다.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용이해질 수 있어서다.

혈액을 활용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은 아무래도 새로운 형태고, 규제 해소 등을 위한 시장 설득이 필요하다.

경쟁사들이 기반을 닦아놓으면 우리만의 정확도나 가격 경쟁력 등을 통해 존재감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노필리아의 FDA 승인 신청 시점은 2027년 말 정도로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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