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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규 대표가 최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뱅골프 피팅 스튜디오에서 시타를 한 뒤 스윙 데이터 앞에서 무게와 스윙 웨이트 등이 다른 다양한 스펙의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최근 골프 채널에서 뜨거운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 있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골프 교습가들이 모여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레슨 오디션 프로그램 '마스터 티쳐'다.
전통적인 감각적 레슨이 아니라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해 스윙을 교정하고, 골퍼에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주기 위해 최적화된 클럽까지 제시해야 한다.
스크린골프와 다양한 스윙 분석 시스템을 경험한 젊은 골퍼들은 명확하게 '숫자'가 바뀌는 모습에 열광하고 공감한다.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이 바꾼 데이터 골프 시대. 이에 딱 맞는 최고의 레슨 프로를 찾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세계 최고 초고반발 골프클럽을 만든 이형규 뱅골프 대표의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골프클럽 회사가 왜 최고의 교습가를 찾아 육성하겠다고 나선 걸까. 이 대표는 "골프는 더 이상 감각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접근이야말로 현대 골프의 핵심"이라며 "최고의 비거리를 내기 위해서는 클럽이 50%, 스윙이 50%를 차지한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스윙과 클럽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골프계와 교습가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미 10여 년 전 부치 하먼, 데이비드 레드베터, 행크 헤이니 같은 세계적인 교습가를 키우겠다며 '베스트 100 티처스'라는 티칭 프로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잘 추진되지 않다가 아쉽게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이어지지 못했지만 당시 참여했던 몇몇 교습가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데이터 골프'는 20년 전에 시작됐다.
업계는 그를 '괴짜'로 불렀지만 2006년 국내 최초로 론치모니터를 도입하며 골프 스윙의 모든 요소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객의 신체 조건과 나이, 근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최적의 클럽을 추천했다.
당시 많은 골프 전문가는 그의 시도를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골프는 감각의 스포츠'라는 전통적인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데이터를 통해 골프 스윙의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꾸준히 도전을 지속했다.
그는 "사람마다 스윙이 다르다는 말은 맞지만 데이터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통해 각자 최적화된 스윙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윙 교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 대표는 "간단한 예로 아무리 스윙을 잘 고쳐도 자신의 힘보다 무거운 클럽을 사용하는 사람은 클럽 무게를 이길 수 없어 계속 우측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답은 가벼운 클럽으로 사람의 힘과 유연성에 맞게 바꿔주면 해결되는데 이 부분을 늘 간과하더라. 자신이 가르치는 골퍼가 쓰는 클럽의 정확한 스펙과 특징을 알고 있는 교습가가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스윙 교정과 클럽 최적화. 그의 스튜디오를 보면 이해가 된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뱅골프 본사에는 론치모니터가 설치된 피팅룸이 4개나 된다.
프로골퍼 출신 교습가들이 최적의 데이터를 찾기 위해 아마추어 골퍼들의 스윙을 교정하고 다양한 옵션의 클럽을 제시한다.
그는 "20년 전부터 뱅골프는 트랙맨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피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드라이버 헤드에 납을 붙이며 하는 피팅은 본질적으로 헤드의 설계를 망가뜨린다.
그래서 다양한 무게나 종류를 만들다 보니 헤드 무게만 50가지, 헤드페이스 두께 8가지, 샤프트 강도 36가지 등 1995만8400가지 조합이 가능하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마이크로 피팅을 통해 클럽을 최적화시켰을 때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성과 비거리 증가에 놀라워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 많은 사양을 충족시키려 준비했던 엄청난 부품 종류와 재고에 대한 부담도 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만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스윙 분석 프로그램 해석 능력부터 스윙 메커니즘, 최적화된 클럽 조합 제시까지 모두 들어 있는 이유다.
이 대표는 "고객에게 최고의 골프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교습가는 모든 것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한국 골퍼들이 이미 론치모니터나 스크린골프를 통해 최적의 결과가 나오는 자신의 데이터 값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전제된 레슨과 클럽 최적화까지 가능한 최고의 교습가를 찾아내고 양성하려는 이 대표. 그의 목표는 단순히 한국에 멈추지 않는다.
그는 'K골프교습'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한국 골프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글로벌 시장에 전파하고자 한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골퍼들을 배출해왔다.
하지만 우리의 기술과 교육 방법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지 못했다.
이제는 이 부분도 세계 최고에 도전할 때"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기술과 전통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 여전히 중요하고 오히려 전통을 과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고반발 클럽으로 많은 사람에게 비거리를 다시 찾아준 이 대표. 그의 바람은 하나다.
모두가 골프를 계속 즐겁게 칠 수 있게 하는 것. "골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돼야 합니다.
데이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골프의 매력을 느끼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조
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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