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서
“장기손해율 가정 회계 착시 초래”
업계2위 DB손보 겨냥해 직격탄

챗GPT가 그린 보험업계의 모습. <챗GPT>
메리츠화재가 경쟁사 손해율 가정을 공개 비판하면서 보험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가 최근 수익성 경쟁에서 맞붙고 있는 DB손해보험을 겨냥해 2위 싸움에 불을 지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메리츠 측이 경쟁사의 장기손해율 가정을 문제 삼은 배경에는 DB손보와의 손보사 2위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회사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현재 구도상 메리츠가 겨냥한 곳은 명확하다”며 “실적 기반의 시장 신뢰도를 흔들려는 전략적 수위조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당사 실적 발표 날 타사를 저격한 건 지나쳤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앞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14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장기손해율 가정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실적손해율과 괴리가 큰 회사들이 많다’며 작심 비판했다.

그는 “전체적인 보험사 회계적 정합성은 아직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실적손해율보다 예상손해율을 현저히 낮게 가정한 회사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최근 몇 년간 순이익, 장기보험 매출 등 주요 지표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2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다.

2000년대 이후 손보업계는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의 3강 체제가 굳건했지만, 2020년대 들어 메리츠화재가 가파른 실적 성장으로 구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2023년 연간 기준으로는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이 1조5670억원으로 손해보험업계 2위였다.

3위였던 DB손보(1조5367억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작년 들어서 상황이 반전됐다.

작년 3분기 메리츠화재는 1조492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당시 2위는 DB손보(1조5780억원)가 차지했다.


메리츠화재가 역대급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 하에서 수익성이 높은 ‘장기 인보험’에 집중하는 전략이 있었다.

장기 인보험은 암, 질병, 상해 등을 보장하는 건강 관련 상품으로, 납입 기간이 길고 보험료 단가가 높아 보험사의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이에 일각에선 지난해 DB손보에 다시 밀린 상황에서 메리츠화재가 스스로의 수익구조를 방어하고자 선제적으로 경쟁사의 장기보험 관련 회계 가정을 흔든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공개 저격’이 자칫 출혈경쟁과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회계 투명성을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경쟁사 실적을 정면으로 흔드는 방식은 업계 전반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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