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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한 스코티 셰플러가 역대 챔피언의 이름이 한글로 새겨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트로피가 정말 멋지다.
여기에 내 이름이 올라가다니 자랑스럽다.
김시우 선수에게 내 이름을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를 좀 배워야겠다.
"
사각형 목판에 역대 챔피언 이름이 한글로 새겨진 우승 트로피를 든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말 손바닥 부상을 입은 이후 일궈낸 시즌 첫 우승. 셰플러는 "내 경기력이 나아가고 있다.
남은 시즌이 기대된다"며 다시 '1인자'다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 4라운드에서 셰플러는 이글 1개, 버디 8개를 잡고 보기는 2개로 막아내며 합계 31언더파 253타를 기록했다.
2위에 오른 에릭 반 루옌(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8타나 앞선 완벽한 우승. 셰플러는 올 시즌 첫 승과 함께 우승 상금으로 178만2000달러(약 25억원)를 쥐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우승이었다.
대회 첫날 10타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PGA 투어에서 2023년 3M오픈 이후 2년 만이다.
또 253타는 PGA 투어 최소타 타이 기록이다.
2017년 소니오픈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 2023년 RSM 클래식에서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가 같은 타수를 적어낸 바 있다.
물론 이 대회 36홀·54홀·72홀 최저타 기록도 모두 갈아치웠다.
수많은 신기록과 상금보다 더 기쁜 것은 '고향에서 우승'이다.
팬들에게 인사하던 중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셰플러는 "어렸을 때 이곳에 와서 경기를 보곤 했다.
고향에 와서 고향 팬들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즐겁다.
이 대회 우승은 정말 특별하다"고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PGA 투어에 출전했다.
그 당시 제 캐디는 여동생이었고, 그때 사귀던 여자친구는 지금 내 아내이며 우리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다"고 회상한 뒤 "언젠가 이 대회에서 경기하는 것을 꿈꿨는데, 우승하게 되니 꿈 이상을 이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작년 PGA 투어 챔피언십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우승을 쌓은 셰플러는 페덱스컵 포인트에서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올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매킬로이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놓은 셰플러는 "매킬로이는 올해 엄청난 골프를 치고 있다.
그랜드슬램 자리에 함께 있어서 기뻤다"면서 "누구에게든 지고 나면 항상 조금 더 의욕이 생겨서 연습에 매진하고 싶어진다.
내 경기력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남은 시즌이 기대된다"며 '1인자' 탈환에 대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숙제는 남았다.
장기였던 숏게임이다.
셰플러는 이 대회에서 평균 304.30야드(30위)를 날리며 페어웨이 적중률 71.43%(공동 4위)를 기록했다.
또 그린 적중률 81.94%(공동 1위),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1.53개(1위)로 챔피언다웠다.
하지만 그린 주변 벙커에서 파를 잡는 샌드 세이브 33.33%(공동 53위), 그린을 놓쳤을 때 파를 잡는 스크램블링은 69.23%로 공동 24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으로 보면 숏게임은 92위다.
지난해 17위, 2023년 5위에 비하면 아직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시우가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공동 15위, 임성재는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공동 33위, 안병훈은 합계 5언더파 279타로 공동 60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조
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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