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벌면 ‘중소기업’ 지원 그만 받아야”…10년 묵은 매출 기준 손질

알루미늄, 니켈 등 1차 금속 제품을 생산하는 A사는 지난해 매출이 1500억원을 돌파해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연초부터 중견기업 적용을 받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출이 1500억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그대로인데 세제 감면, 공동 조달, 정부 지원사업 등 중소기업 전용 혜택이 사라지자 경영 여건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A사 관계자는 “명목상 매출만 늘고 정부 지원이 없어져 불리하게 됐다”며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정부 지원이 사라지면서 되레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을 낳는다는 지적이 많았던 중소기업 매출 기준이 10년 만에 상향된다.


그간 매출 1500억원을 넘으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됐지만, 앞으로 알루미늄 제조업 등 일부 기업은 매출 1800억원까지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매출 상한이 1500억원보다 낮았던 업종도 분야에 따라 200억~300억원씩 기준이 올라간다.

A사도 다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혜택을 받게 된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중소기업 매출액 기준 개편안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이를 담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5월에 입법예고하고 9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단순 물가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 지위 상실 문제가 해결되며 소규모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물가 상승분 등을 반영한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업종에 따라 매출 400억~1800억원은 중기업으로, 15억~140억원은 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정으로 총 44개 중소기업 업종 중 16개, 43개 소기업 업종 중 12개의 매출액 범위가 상향된다.

전체 804만개 중소기업 중 상향 업종에 속하는 약 573만개 기업(중기업 6만3000개, 소기업 566만7000개)이 영향을 받는다.


중기부 추산에 따르면 개편안에 따라 중견기업에서 중기업으로 분류될 기업은 500여 개, 중기업에서 소기업으로 분류될 기업은 2만9000개에 달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난 10년간 물가·생산원가 상승으로 명목상 매출만 늘어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혜택을 못 받는 기업들이 생겨났다”며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중소기업은 세제 감면, 공공조달, 정부 지원사업 참여 등의 혜택을 받는다.

덩치가 커지며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면 이 같은 혜택이 모두 사라진다.

이 때문에 단순 매출액 증가만으로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현행 시스템에선 기업의 성장사다리가 약해진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1차 금속 제조업은 수입 비철금속 국제가격(LME)이 2015년 이후 60% 이상 상승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 등으로 금속 가격이 더 오르는 등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을 반영했다.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단품 제조에서 모듈제품 조립 방식으로 공급 구조가 변해 수익성 변화 없이 매출만 커지는 상황을 감안해 매출 기준을 10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조정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조정은 중소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항”이라며 “매출 기준 경계선에 있는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정책 대상으로 다시 포함돼 우수 인재 유입, 기술 혁신 등 ‘기업 성장사다리’ 체계를 더욱 견고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내수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이 어려운 시기를 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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