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 매경오픈 ◆
1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에서 개막한 '한국의 마스터스' 제4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에서 매경오픈 세 번째 우승 도전에 나선 박상현이 힘차게 드라이버샷을 하고 있다.

성남 이충우 기자


1일 제4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 경기가 열린 경기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남서울CC) 5번홀(파4·396야드). 한국 남자골프 국가대표 에이스 안성현이 3번 우드를 꺼내 들려다 2번 아이언으로 다시 바꿔 잡은 뒤 티샷을 날렸다.

비로 인해 무거워진 공기와 무른 페어웨이에 날아간 거리는 222.7야드로 생각보다 짧았다.

평소보다 30야드 이상 더 남은 상황. 수많은 국제대회 출전 경험을 쌓은 안성현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8번 아이언을 꺼내 들고 그린을 노린 뒤 버디를 잡아냈다.


안성현은 "바람이 불고 비까지 내려 3번 우드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원래 계획했던 공략법대로 하자'고 생각하고 2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보인 안성현은 오랫동안 치열한 프로골프 투어를 뛴 베테랑 같은 모습을 보이며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 첫날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안성현은 11번홀(파3·209야드)과 12번홀(파4·386야드)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고, 까다로운 14번홀(파5·504야드)과 15번홀(파4·341야드)에서 버디와 보기를 맞잡은 뒤, '남서울 마의 홀'로 불리는 17번홀(파3·231야드)에서 또다시 1타를 줄이며 초반 9개 홀에서 3타를 줄였다.

이때 이미 그의 이름은 리더보드 맨 꼭대기에 새겨졌다.


후반 첫 홀인 1번홀(파4·405야드)에서 또다시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갑작스러운 낙뢰로 인해 이후 경기가 4시간가량 중단됐다.

자칫 흐름이 끊길 수도 있던 상황. 안성현은 차분하게 파 행진을 펼치다 5번홀(파4)에서 버디 1개를 추가하며 흠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안성현은 "좋은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많이 그렸다.

기다리면서 간식도 먹고 휴식을 취했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만약 안성현이 끝까지 기세를 이어 우승을 차지한다면 2002년 이승용 이후 23년 만에 이 대회 아마추어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다.



티샷을 하고 있는 안성현. 성남 이승환 기자

안성현은 태극기를 가슴에 단 아마추어 국가대표 중 에이스로 손꼽힌다.

특히 한국 골프 발전에 진심인 매경미디어그룹과 인연이 깊다.

2022년 13세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보유한 안성현은 2023년 최등규배 매경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앞서 MBN 꿈나무 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초등학생 대회와 중고생·대학생이 겨루는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모두 보유한 안성현이 한국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까지 품는다면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모든 나이별 대회에서 우승하는 'MK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이 대회를 앞두고 흔들렸던 샷이 잡혔다"고 설명한 안성현은 "전반에 티샷과 아이언샷이 좋았지만 후반에 흔들렸다.

대신 숏게임과 퍼트가 잘돼서 좋은 마무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를 다니며 숏게임과 퍼트가 부족하다고 느껴 이 부분을 많이 연습했고 효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아마추어 안성현이 선두로 나선 가운데 이날 경기는 순탄치 않았다.

낙뢰 위험으로 인해 경기가 4시간 중단됐기 때문이다.

대한골프협회(KGA)의 운영 매뉴얼에는 지속해서 기상 상황을 체크하며 낙뢰가 대회 코스에서 10마일(약 16㎞) 이내로 접근할 경우 경기를 중단시킨다.

이에 따라 오전 9시 30분에 경기가 중단됐고, 모든 선수는 안전한 클럽하우스로 이동했다.

약 3시간 동안 경기가 중단된 이후 재개를 위한 매뉴얼이 이어졌다.

휴식으로 인해 몸이 굳은 선수들을 위해 12시 45분부터 30분간 연습 그린과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할 수 있는 '웜업 시간'이 제공됐고 오후 1시 30분 다시 치열한 열전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조로 출발한 72명이 경기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엄재웅은 4언더파 67타를 기록했고 이동환과 박영규, 김재호, 김백준이 3언더파 68타로 그 뒤를 이었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2년 차' 김백준은 물오른 샷 감각을 앞세워 시즌 2승을 달성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2012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 기록을 썼던 이동환은 "남서울CC는 2003년 허정구배 우승을 차지한 곳이기도 하고 국가대표 활동을 하는 등 내 골프 인생이 바뀐 곳"이라며 "인생을 바꾼 곳에서 오랜만에 우승 트로피를 받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또 강경남과 유송규, 캐나다 교포 이태훈과 정선일, 박경남, 이언 스니먼(남아프리카공화국), 김영수, 이형준, 비에른 헬그렌(스웨덴)이 2타씩 줄이며 선두권으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성남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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