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테크(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늘고 있습니다.

오늘(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달(2월21일∼3월20일) 사이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외국 주식 가운데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전자기기 업체 '샤오미'가 순매수액 1억49만달러(1천468억원)로 9위, 전기차 업체 'BYD'가 7천529만달러(1천110억원)로 1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1월 한 달간 순매수 상위 외국 주식을 보면 1∼20위가 몽땅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였는데, 판도가 크게 바뀐 겁니다.

최근 한달 새 외국 주식 순매수액 1위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9억8천516만달러)였고, 미국 고위험 레버리지 ETF인 '디렉션 데일리 테슬라 2배'(7억7천365만달러)와 '디렉션 데일리 반도체 불 3배 SHS'(5억9천130만달러)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코스콤의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순유입액이 가장 많았던 국내 ETF는 2천658억원이 몰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차이나항셍테크'였습니다.

이 ETF는 샤오미, 알리바바, JD닷컴 등 중국의 주요 기술기업에 투자합니다.

이 ETF의 한 달간 순유입액은 2위인 미국 기술기업 ETF 'KODEX 미국나스닥100'(2천290억원)보다 368억 원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중국 테크 기업들이 다시 국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데는 '딥시크 열풍'이 큰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이 올해 1월 공개한 생성 AI 추론 모델 '딥시크-R1'은 '챗GPT o1' 등 최정상급 AI와 맞먹는 성능을 구현하면서 미국 주요 AI 기업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개발비를 들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으로의 고성능 AI칩 수출을 막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이에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경제성 혁신으로 미국의 라이벌 AI 기업들을 앞지르는 성과를 일궈낸 겁니다.

이런 자신감에 힘입어 텐센트, 알리바바, BYD, 메이퇀(전자상거래 업체), X펭(전기차 회사) 등 주요 기술기업의 주가는 올해 들어 빠르게 치솟았습니다.

중국 테크업종의 대표 지표인 '항생테크 지수'는 올해 들어 20일 기준 29.4% 올랐습니다.

증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호재로 꼽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 아래 작년 1천500억위안(약 30조원)을 풀어 스마트폰, PC, 전자기기 등의 내수 수요를 끌어올렸고, 올해는 지원금을 60조원대로 대폭 확대합니다.

한편 국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한 주(14∼20일) 사이 52조2천463억원에서 52조4천983억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금융투자협회는 집계했습니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도 우상향 추세를 보였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한 주 동안 18조1천467억원에서 18조2천841억원으로 1천374억원이 늘었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통상 주가 상승의 기대감이 클수록 불어납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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