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직원이 약 2년6개월에 걸쳐 17억원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이 직원은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만들어 돈을 빼돌렸다.
최초로 사고가 발생한 때는 2021년 12월이었는데 은행 감사팀이 이를 발견한 것은 3년3개월이 지난 올해 3월 4일이라 은행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신한은행 직원 유 모씨는 압구정 지점에서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무신용장 거래를 담당했다.
유씨는 존재하지 않는 거래를 서류상으로 조작해 돈을 챙기는 방식으로 해당 지점에 근무한 2년6개월 동안 횡령을 했지만 지점과 본점에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해당 업무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외환 업무라 은행 내에서도 소수의 직원만이 해본 것이어서 낯설었던 데다 30개월에 걸쳐 작은 금액으로 쪼개 횡령을 하면서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이 '내부통제'를 1순위 과제로 삼고 작년부터 꾸준히 관련 메시지를 발신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유씨는 올해 초 회사에 퇴사를 통보한 상태다.
현재 잔여 연차를 소진하며 출근하지 않고 있는데, 은행 측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4일 감사팀에서 최초 적발한 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면서 "해당 직원은 아직 정식 퇴사 처리가 되지 않은 만큼 사직 처리를 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통제 관리 강화는 전 은행의 현안이 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11월 147억원 규모의 배임·사기 사건을 공시했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 6월 김해 지점의 한 직원이 100억원대를 횡령한 데 이어 8월에는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건까지 터져나왔다.
NH농협은행에서도 작년에 직원이 160억원대 횡령을 저지른 사실이 발각됐다.
신한은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금융 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대 금융 손실 사고가 터졌고, 이어 연말에도 은행에서 13억4000만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초에는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19억9800만원 규모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기존 사고는 업무상 과실 혹은 외부인 사기 등이 원인이었지만, 이번 건은 직원 개인이 장기간에 걸쳐 벌인 횡령인 만큼 내부 충격이 더 크다.
감사 등에서 3년 넘게 해당 건에 대해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직원이 퇴사하기 직전 발견했다는 점도 신한은행 입장에선 아픈 대목이다.
5대 금융은 작년 한 해에만 18조8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만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면서 '이자 장사'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내부통제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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