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누구의 바다인가?"…국제법으로 바라본 해양자원 쟁탈전



▣ 편집자 주 = 해양 자원을 둘러싼 각국의 소유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베트남 등이 충돌하는 남중국해와 러시아가 국기를 꽂은 북극해까지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냉전시대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일경제TV는 보물창고가 된 바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의 현장을 국제 해양법의 관점에서 짚어봤습니다.

◇ '바다의 헌법' UN 해양법 협약(UNCLOS) 채택

"이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

"어디까지가 우리 바다인가?"

과거 바다는 '공해(公海)'로 여겨져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업 기술이 발달하고 해저 자원의 가치가 커지면서 연안국들은 자국 주변 바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육지처럼 바다에도 경계선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이에 국제사회는 1982년 '바다의 헌법'이라 불리는 UN 해양법 협약(UNCLOS)을 채택했습니다.

이 협약은 영해(12해리)와 배타적 경제수역(200해리), 대륙붕 등 바다의 구역을 나누고 각 구역에서 연안국이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했습니다.

쉽게 말해 '바다의 교통 법규'이자 '자원 개발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입니다.

◇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뜨거운 감자'…왜?

특히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연안국이 해양 자원을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구역으로 국가 간 갈등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UN 해양법 협약 제56조에 따르면 연안국은 EEZ 내에서 천연자원의 탐사, 개발, 보존 및 관리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가지며 해양 환경의 보호와 보전을 위한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UN 해양법 협약은 해석의 차이에 따른 국제 분쟁의 소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 배타적 경제수역(EEZ) 둘러싼 논란

우선, EEZ는 연안국의 '영해'는 아니기 때문에 타국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됩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EEZ 내에서 타국 군함과 군용기의 활동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중국과 일부 국가는 EEZ를 영해처럼 간주해 연안국의 허가 없이 EEZ 내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항행의 자유 작전(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 중첩되는 EEZ…누구의 손을 들어야 하나

또 UN 해양법 협약은 EEZ의 범위를 200해리(약 370km)로 설정하고 있지만 국가 간 해역이 중첩될 경우 경계 획정 문제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이 서로 중첩되는 EEZ를 주장하며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중국은 '9단선(九段線)'이라는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며 EEZ 경계를 설정하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PCA)는 역사적 권리가 국제 해양법상 EEZ 설정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중심지

주요 해상교통로이자 풍부한 자원의 보고인 남중국해는 자연스레 '화약고'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6개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제도 등의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해역에는 막대한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이 추정되는데다 어업 자원도 풍부하기 때문에 각국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중국, 남중국해 쟁탈전의 중심…공격적 행보

남중국해 쟁탈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연안국들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스카버러 암초 주변 해역에 대한 '황옌다오 영해기선'을 발표함으로써 남중국해 영역을 해양구역법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한 필리핀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로 인해 양국간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해 선박 피해와 부상자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또 중국은 남중국해 심해 2,000m 지점에 '심해 우주 정거장'(Deepwater space station)이라고 이름 붙인 메탄하이드레이트 연구시설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자원 개발과 해양 영토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 북극해 '자원 전쟁'…먼저 깃발 꽂은 러시아

북극해는 그동안 국제 사회가 자원 채굴을 위해 평화롭게 협력하는 공공 해역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북극해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해상교통로가 열리고 자원 개발 가능성이 커지자 러시아,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등 5개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일찌감치 2007년 북극해 해저 4,200m 지점에 티타늄 재질의 자국 국기를 설치하는 등 자원 선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러시아의 행보를 북극해 자원에 대한 주권 강화 시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 북극해, 해양 경계 협상 가속…국제 해양법 준수 시험대에

한편 미국과 캐나다는 북극해의 해양 경계를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2만1천㎢ 규모의 겹치는 해역에 대한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지속하고 있어 이번 협상이 국제 해양법 준수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보퍼트해 경계 확정, 에너지 자원 확보 위한 핵심 과제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보퍼트해(Beaufort Sea)로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 및 노스웨스트 준주 북쪽에 위치한 해역입니다.

이곳은 북극 생태계의 핵심 지역일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과 캐나다는 1825년 영국-러시아 조약의 해석 차이로 인해 경계 설정에 이견을 보이며 장기간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과 캐나다가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UNCLOS 제15조, 형평성 원칙이 핵심

이번 협상은 국제 해양법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UN 해양법 협약(UNCLOS) 제15조에 따르면, 배타적 경제수역(EEZ) 또는 대륙붕이 중첩되는 경우 관련 당사국은 합의를 통해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 모두 UNCLOS 체제 내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사례가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다른 해양 영유권 분쟁에 대한 외교적 해결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 북극해 자원 개발과 환경 보호, '균형'이 관건

북극해는 기후 변화로 인해 해빙(海氷)이 줄어들면서 항로 개방과 자원 개발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에 따라 주변국들의 영유권 주장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커 협상 과정에서 환경 보호와 경제적 이익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다른 북극 연안국들도 유사한 방식의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 협상이 지연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해 전략이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양 자원의 미래와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국제 해양법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TV가 선보이는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9호 '푸른 금맥을 찾아서: 해양자원이 열어갈 혁신과 미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김하영 기자 / kim.hayoung@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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