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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드 쿨카르니 리게티컴퓨팅 최고경영자(CEO)가 양자 컴퓨터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덕주 기자 |
"지금의 양자 컴퓨팅 시장은 1960년대 반도체가 신사업으로 등장하던 상황과 유사합니다.
5년 내에 상업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최근 미국 최고 명문 주립대인 UC버클리 근처에 위치한 양자 컴퓨팅 기업 리게티컴퓨팅 본사에서 만난 수보드 쿨카르니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양자 컴퓨팅 시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게티는 IBM 출신 물리학자 채드 리게티가 2013년에 창업한 회사다.
아이온큐·디웨이브와 함께 대표적인 양자 컴퓨팅 상장 기업이다.
그는 "과거 반도체 기업들이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지금 양자 컴퓨팅 기업들이 칩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며 "반도체에서는 실리콘 산화물을 사용하고, 우리와 같은 초전도체 방식에서는 알루미늄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기본 원칙은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리게티에서 10여 대의 양자 컴퓨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리게티의 앤카-3는 84큐빗으로 99.5%의 2큐빗 게이트 중앙값 정확도(fidelity)를 달성했다.
이 컴퓨터들은 모두 실제로 작동되는 것들로 아마존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클라우드 업체를 통해 고객들에게 서비스되고 있다.
'양자 컴퓨팅 전반의 상업화가 언제쯤 가능할 것인가'란 질문에 쿨카르니 CEO는 "지금 모든 양자 컴퓨팅 기업이 100큐빗 정도에 머물러 있다"면서 "솔직히 상업적 타당성을 보여줄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4~5년이 지나면 양자 우위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대략 1000큐빗으로 99.8~99.9%의 정확도와 30~40
나노초의 게이트 스피드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우위란 기존 컴퓨터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양자 컴퓨터의 압도적인 계산력을 뜻한다.
양자 컴퓨팅에서 리게티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칩렛이다.
양자 컴퓨팅에서 사용하는 칩을 하나의 다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은 칩을 모아서 결합시키는 것이다.
칩렛 방식은 반도체 업계에서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다.
그는 "반도체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양자 컴퓨팅에서도 작은 칩에서 정확도와 성능을 제어하는 것이 훨씬 쉽다"면서 "수천 큐빗에서 수십만 큐빗까지 확장하는 유일한 논리적 방법은 칩렛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리게티는 현재 칩렛 방식으로 개발을 하는 유일한 회사다.
양자 컴퓨팅은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연산을 하는 장치다.
다만 반도체를 이용해 0과 1로 환산해 연산하는 고전 컴퓨팅과 달리 양자역학적인 방법으로 연산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양자 컴퓨팅이 비트코인을 비롯해 암호 체계 전반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을 묻자 쿨카르니 CEO는 "양자 컴퓨팅으로 암호화를 뚫는 것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응용 분야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당장 비트코인이 양자 컴퓨팅으로 해킹을 당하지는 않겠지만 기업들은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인수분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양자 컴퓨팅이 할 수 있는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가 암호 해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양자 컴퓨팅의 큰 장점 중 하나가 낮은 전기 소비량"이라며 "장기적으로 인공일반지능(AGI)이 실현되려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양자 컴퓨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클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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