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나면 오히려 힘이 쭉 빠진다더니… 배고픈 김에 허겁지겁 혈당 '뚝' 심하면 '쇼크'


혈당이 높으면(고혈당) 위험하다고 잘 알고 있는 반면 혈당이 떨어진 '저혈당'은 발병환자가 적어 관심이 낮지만 고혈당 못지않게 주의가 필요하다.

저혈당은 글자 그대로 혈액의 포도당 농도(혈당)가 정상보다 낮은 상태를 뜻한다.

주로 혈당이 50㎎/㎗ 이하일 때를 말한다.

다만 저혈당으로 인한 증상은 사람마다 혈당치가 달라 모든 사람의 저혈당 기준을 50㎎/㎗ 이하라고 단정할 순 없다.

일반적으로 혈당은 100㎎/㎗를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약 70㎎/㎗ 이하가 되면 손이나 손가락이 떨리고 땀이 나거나 불안한 기분이 드는 증상이 나타난다.

혈당이 떨어져 50㎎/㎗ 정도가 되면 집중력 저하, 기운이 없고 가슴 두근거림, 눈의 침침함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혈당이 더 떨어지면 경련이나 발작이 일어나는 쇼크 상태가 초래되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어 '중증 저혈당증'이라고 불린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방영한 '오늘의 건강'에서 도쿄대 의대 스즈키 료 주임교수(당뇨병 전문)는 "배고픔을 참았을 때 손이 떨리고 땀이 난다면 저혈당이 원인일지도 모른다"며 "저혈당증은 당뇨병을 치료하고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당뇨병을 치료하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생길 수 있다.

저혈당이 일어나는 원인과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혈당치는 '혈액 중에 포함되는 당(포도당)의 양'을 말한다.

식사로 섭취한 당질은 분해되어 포도당이 되고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의 흐름을 타고 온몸으로 운반된다.


그리고 포도당은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된다.

보통 혈당치는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 작용에 의해 일정한 범위 내에 움직인다.

그러나 이 인슐린이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게 되면 혈액 속의 당이 적은 '저혈당 상태'가 된다.

저혈당증은 대부분 '당뇨병 치료를 하고 있는 경우'에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뇨병이 아닌 환자들도 '반응성 저혈당'에 의한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특히 젊은 층 및 중년층에게서 일어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응성 저혈당은 식후에 혈당치가 급속히 오르고, 뒤늦게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어 혈당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한 후 혈당이 낮아져 '슈거 크래시(Sugar Crash)'라고도 불린다.

반응성 저혈당이 발생하는 이유는 신체가 필요한 것 이상의 인슐린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식후에 저혈당이 자주 생기면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혈당 조절을 위해 먹는 약이나 주사제를 투여하는 경우에도 순간적으로 저혈당증이 생길 수 있다.



반응성 저혈당은 혈당 스파이크(Sugar Spike)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반응성'은 어떤 자극에 의해 반응하는 것을 뜻하는데, 반응성 저혈당은 탄수화물과 같은 당분을 먹었을 때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돼 혈당이 기준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반면에 혈당 스파이크는 식후 혈당수치가 급격히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것으로, 식후 혈당과 공복 혈당 차이가 50㎎/㎗ 이상이거나 식후 혈당이 150㎎/㎗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혈당 스파이크는 혈당 수치 급등락을 반복하며 반응성 저혈당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응성 저혈당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혈당수치 변화는 그래프로도 확인된다.

일반적으로는 식사 후 바로 인슐린이 분비되어 느슨하게 혈당 수치가 올라가고 내려간다.


이에 반해 반응성 저혈당은 식후에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다가 뒤늦게 인슐린이 분비되는 순간에 급격하게 내려간다.


반응성 저혈당은 먹지 않은 시간이 오래 지속된 후 단시간 내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 하루 1~2끼 식사, 당질을 제한하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간혹 당질을 섭취한 경우에 잘 발생한다.

또한 위를 절제한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생하기도 한다.


먹지 않은 시간이 길어지면 인슐린의 기초 분비가 저하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질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기 쉽고 급상승한 혈당에 대응해 인슐린이 과도하게 추가 분비된다.

'혈당치가 상승하면서 인슐린이 줄줄 새어 나온다'는 것이 반응성 저혈당의 이미지인 셈이다.

다만 반응성 저혈당의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질을 포함한 식사를 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스즈키 료 교수는 "증상이 강한 경우에는 장에서 당의 소화흡수를 지연시키는 α-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며 "반응성 저혈당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급격하게 혈당이 상승하지 않는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응성 저혈당을 막는 식사는 ①식사 전에 식이 섬유가 풍부한 야채와 반찬을 먹는다.

②시간을 들여 천천히 식사를 한다.

③현미, 호밀빵 등과 같은 색깔이 있는 음식을 먹는다.

④과도하게 당질을 제한하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등이다.


반응성 저혈당 증상은 당뇨병, 특히 제2형 당뇨병의 초기 단계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은 인슐린이 적절한 시기에 분비되지 않고 분비 정점이 지연되기 쉽다.


당뇨병을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은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질병으로 인슐린 제제와 혈당 강하제 등을 사용해 혈당을 낮추는 치료를 실시한다.


그러나 약의 양(量)이나 복용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경우, 약의 효과가 너무 강해도 저혈당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응급치료가 필요한 중증 저혈당증의 90%는 당뇨병 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약 중에서 저혈당을 일으키기 쉬운 것은 △인슐린 약제 △셀포닐 요소약 △속효성 인슐린 분비 촉진제 등 3가지로, 이 약을 사용하는 환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중증의 저혈당 발작'을 일으키는 횟수가 많을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구에서 중증 저혈당 발작을 1회 일으킨 적이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1.26배, 2회는 1.8배, 3회 이상은 1.94배로 발작 횟수가 많을수록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당뇨병을 치료 중인 사람이 저혈당 증상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럴 경우 즉시 포도당(10g), 포도당을 포함한 청량음료(150~200㎖), 설탕(20g) 중 하나를 섭취하여 혈당을 올리도록 한다.

단 α-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설탕을 먹어도 당이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포도당을 섭취해야 한다.

포도당은 알약이나 젤리 형태로 된 것이 있다.

보통 15~20분이면 증상이 가라앉지만 가라앉지 않을 경우에는 같은 양을 다시 섭취하도록 한다.

스스로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때는 가족이나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포도당을 부탁해야 한다.

의식이 몽롱한 경우에는 무리하게 되면 질식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평소 응급 상황을 대비해 주변 사람에게 알려두는 게 좋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

운전 중에 저혈당증이 나타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차 안에 반드시 포도당, 주스 등을 상비해야 한다.

저혈당증의 응급 처치는 지금까지 주사약밖에 없었지만 미국·일본 등에서 '글루카곤 점비약(glucagon nasal spray)'이라는 약이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다.

국내는 생소한 글루카곤 점비약은 저혈당을 일으킨 사람이 스스로는 약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옆에 있는 사람이 콧속에 분무해 사용하는 약이다.


이와 함께 인슐린 치료 중인 사람이 저혈당을 막으려면 혈당을 정기적으로 기록하고 자신이 어떤 때 저혈당이 되기 쉬운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수면 중에 저혈당이 생기면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고, 의식저하 및 혼수상태에 갑자기 빠질 위험성이 있다.

이럴 경우 도움이 되는 것이 CGM(연속혈당측정기)이다.


CGM은 센서를 피하에 꽂아 시시각각 변하는 혈당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계로,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과 센서를 연결하면 실시간으로 혈당이 표시된다.

자고 있을 때도 혈당치가 낮은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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