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2일 새 규제안 발표
中 업체 140곳 새롭게 추가
HBM 中수출도 제한 가능성
규제 현실화땐 韓기업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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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열린 제 26회 반도체 대전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서 HBM 관련 영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마지막으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화안을 내놨다.
바이든 행정부는 고성능 인공지능(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신규 수출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켜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현지시간)미국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첨단 반도체 및 AI 핵심부품에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새 규제안은 반도체 제조 장비와 HBM 판매에 추가 제한을 부과하면서, 140개의 중국 기업들을 제재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군 현대화나 인권 억압에 사용할 핵심 기술을 생산할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재 리스트에 “반도체 팹(fab), 장비 기업, 투자 기업 등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라 첨단 반도체 생산 목표를 지원하는 단체들을 추가했다” 고 설명했다.
이 기업들에 미국 업체들이 수출하려면 먼저 미국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도 금수 품목에 신규로 올랐다.
상무부의 발표 직전 로이터 통신은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파이오테크·시
캐리어 등 140개 기업들이 수출 제한 목록에 추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재 대상에 추가되는 기업은 반도체 장비업체가 100여 곳으로 가장 많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상당수 미국 동맹국에서 제조된 물품들도 이번 수출 제한 조치를 준수해야 하는 적용 대상에 추가됐다는 점이다.
다만 자체적으로 그러한 통제를 시행할 능력이 있는 국가들에게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미국이 지난 2022년 10월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에 대한 대규모 수출 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에 초점을 맞춘 새 규제안으로 반도체 설비 투자 단계부터 더욱 숨통을 조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수출 제한 품목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고부가 메모리칩인 HBM이 추가됐다.
로이터는 2세대 이상의 HBM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 중
삼성전자가 새 규제 신설 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경우 HBM 제조 물량이 대부분 미국에서 소화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향 물량이 많은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직수출되는 물량은 물론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HBM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중국 업체들이 HBM 사재기에 나서면서 올 상반기
삼성전자 HBM 매출 약 3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HBM 외에도 24개의 반도체 장비와 3개의 소프트웨어가 제재 품목에 추가됐다.
또 미국은 처음으로 반도체 투자에 관여하는 회사 2곳도 제재 목록에 추가할 예정이다.
중국 사모펀드 와이즈 로드 캐피털과 전자부품 제조업체 윙테크 테크놀로지가 그 대상이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관련 규정도 강화된다.
미 정부는 특정 외국 제품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게 되는 기준이 되는 미국 콘텐츠 비율을 0%로 낮출 예정이다.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했으면 예외 없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 정부가 이번 규제안을 통해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SMIC에 대한 통제를 더욱 옥죌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SMIC는 지난 2020년 이미 수출 제한 목록에 올랐지만 그 후로도 미국 업체들이 상무부 라이선스를 받아 수십억 달러 상당의 제품을 출하한 바 있다.
SMIC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에 대항해 개발한 AI칩 910C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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