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해외자산 중 35%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일(현지시간) 쿠웨이트에서 열린 제45차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 국채 보유를 대폭 늘리면서 기축통화 달러화의 위상을 인정하고 있다.


사우디 중앙은행(SAMA)이 보유한 전체 해외 자산 가운데 미국 국채 비중이 지난달 기준 35%에 이른다고 블룸버그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2월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총 해외 자산은 올해 2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440억달러(약 202조원)로 늘어났다.

사우디의 미국 국채 보유 증가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중국의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가 미국 국채 매입을 통해 미국 통화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향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관세를 100%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브릭스는 사우디를 회원국으로 초청했지만 사우디가 가입을 유보하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이가 나빴던 빈살만 왕세자의 입장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는 반가워할 일이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책임론 공방이 거세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전 대선 국면에서 사우디 왕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빈살만 왕세자에게 증산을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인권이란 가치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빈살만 왕세자의 궁합은 좋을 것으로 관측된다.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에도 트럼프와 우호적인 관계였다.

트럼프의 1기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도 사우디 수도 리야드였다.

집권 2기 때도 1기 때처럼 대이란 강경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내 경쟁국인 이란을 견제하기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제격인 셈이다.

빈살만 왕세자 측근인 야시르 루마이얀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는 최근 미국에서 UFC 경기가 열렸을 때 트럼프 당선인의 옆자리에 앉아 관람했다.


SAMA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은 2020년 2월 37%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사우디 정부가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400억달러를 국부펀드로 이체해 주식 매입에 활용하면서 급감했다.

사우디의 해외 자산은 2020년 초 5000억달러에서 올해 10월 말 4110억달러로 감소했다.

국부펀드로 자금 이전과 함께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줄인 탓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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