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탈중국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전 세계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던 인도 증시가 지난달부터 부진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 9월 26일 8만5836.12까지 올라갔으나 이달 18일에는 7만7339.01로 떨어졌다.

두 달 만에 10%나 급락한 것이다.


인도 증시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경기 둔화 속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도를 주목하며 들어왔던 글로벌 자금들이 이미 많이 빠져나간 상태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인도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은 28억달러(약 3조9000억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많이 유출되기는 했지만 한국(12억달러)이나 베트남(3억6000만달러)에 비해서도 규모가 크다.


인도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5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8월 산업생산도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3분기부터 제조업 모멘텀이 뚜렷하게 둔화되자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본격적인 축제 시즌에 접어든 4분기에도 민간소비가 과거처럼 급증하는 현상이 관찰되지 않자 생산·소비 양 부문에서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주문 감소, 원자재 가격 변동, 폭우로 인한 생산 차질 등이 제조업 모멘텀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앞서 미 대선 후보 모두 중국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예고한 만큼 강력한 대중 무역규제를 천명한 트럼프의 당선도 인도 증시에는 반사 효과로 인한 추가 상승 동력이 되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 수익률이 정체되면서 자금도 이탈하고 있다.

올 들어 인도 펀드에는 자금 1조2000억원이 몰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한 달 새 174억원(19일 기준)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인도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인도 Nifty50'은 6개월 수익률이 7.4%로 높은 편이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로 부진하다.

소비 관련 기업들의 높은 성장세를 전망하고 올해 출시됐던 'TIGER인도빌리언컨슈머'나 'ACE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 등도 출시 당시 주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 중소형 액티브 펀드 중에서 순자산이 5000억원 넘는 미래에셋 인도중소형포커스 펀드 역시 1개월 수익률은 -6.8%인 상태다.


다만 단기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도 증시가 여전히 투자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중국 대체 제조업 기지로서의 위치와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 모디노믹스 3기의 정책 영향력을 감안하면 여전히 증시 반등 잠재력이 남은 것이다.

KB증권은 내년 말까지 센섹스지수가 9만8000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승민 KB증권 연구원은 "모디 3기에서는 과거 정책을 기반으로 '세계 경제 3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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