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에 값싼 전력 공급에 대한 정부 방침이 확고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스마트그리드 시장은 한층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 전력기기 관련 가격이 신고가를 돌파하는 등 높게 유지되면서 관련 기업들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PPI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전년 대비 2.4% 상승했고, 전월(1.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전력기기 가격이 신고가였다.
전월 대비 송전은 0.8%, 배전은 1% 올랐다.
올해 상반기를 거치며 전력기기 사이클과 관련해 피크아웃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수요 우위 시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대통령 후보의 낙선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에 대한 전력 수요 기대가 낮아졌지만, 원전을 포함한 트럼프 정권의 에너지 정책에도 전력에 대한 수요가 큰 만큼 기존 송배전망 설비 교체 수요는 계속된다는 얘기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변압기 수요를 이끄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증가에 따른 신규 수요 외에 기존 송배전망 설비의 교체 수요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 소비자와 공급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전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전력 생산자는 전력 사용 현황을 곧바로 확인해 전력 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전기요금이 쌀 때 전기를 쓸 수 있게 한다.
미국에서는 앞서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초당적 인프라법'을 통과시킨 뒤부터 스마트그리드 등 전력기기 산업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인프라법에는 스마트그리드를 위한 연구개발과 송전선 건설 비용 등을 포함한 전력 인프라에 650억달러(약 76조원)를 투자한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0월 3일(현지시간)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송배전망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보름 뒤에는 새로운 전력 그리드 프로젝트에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스마트그리드를 위한 송배전 투자 규모를 계속 키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법안들임에도 전력 인프라와 관련한 법이 초당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2기 때도 정책이 유효하다고 본다.
미국의 도시 평균 전기료는 2021년부터 지난 3분기까지 매 분기 상승 추세로, 인플레이션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에너지 비용이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됐으니, 에너지 자립을 통해 가격을 낮춰 물가 인하를 이룬다"는 목표를 공언한 바 있다.
이 섹터와 관련한 미국의 대표 상장지수펀드(ETF)로는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에지 스마트그리드 인프라스트럭처 인덱스펀드(GRID)'가 있다.
전력망과 전력 측정, 전력 저장과 운영, 스마트그리드 소프트웨어까지 총망라돼 있다.
연중 18% 상승했고, 최근 1년 동안 30% 올랐다.
이 ETF에 포함된 개별 기업들의 강세에도 주목할 만하다.
이튼, 슈나이더일렉트릭, ABB, 내셔널그리드, 존슨콘트롤즈, 콴타서비스, 앱티브 등이 담겨 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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