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동맹의 ‘옥동자’ FTA도 ‘트럼프 발작’ 대비해야 [기자24시]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연단에 올라 손짓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귀환 소식에 당장 한국 반도체와 친환경 관련주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 대선 막판 언론과 여론조사 업체들의 엉터리 분석과 달리 투자자들이 ‘트럼프 트레이드’로 기가 막히게 그의 승리를 예측한 것처럼, 지금 돈의 심리는 트럼프 재집권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떨어지는 주가와 환율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를 보좌하는 경제 책사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등장하면서 기자의 머릿속에는 6년 전 느꼈던 공포가 되살아났다.

바로 양국 동맹의 ‘옥동자’로 불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의 종말이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2018년 출간한 저서 ‘공포:백악관 안의 트럼프’에서 트럼프와 라이트하이저에 관한 충격적 일화를 소개했다.


‘2017년 9월 5일’이라는 날짜가 찍힌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 초안을 당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백악관에서 발견하고 이 편지를 훔쳐 없앴다는 것으로, 당시 편지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수신인으로 ‘한미FTA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트럼프와 라이트하이저 명의의 일방 통보가 담겨 있었다.


다행히 편지를 발견한 콘 위원장이 양국 관계에 몰고 올 파장을 염려해 서신을 트럼프 몰래 폐기했고, 그는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나라를 지키기 위해” 훔쳤다고 전했다.


이 편지가 실제 한국에 통보되고 이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파됐다면 한국 경제는 지금의 코스피 지수 하락과 비교가 안 되는 ‘외환위기’급 쇼크를 맞았을 것이다.

양질의 제품을 저율·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파는 우리 경제에 한미 FTA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한미 FTA는 어느 한쪽이 협정 종료를 희망하는 서면을 통보하면 180일 뒤 무력화된다.

부활한 트럼프노믹스가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내년 또다시 일방적 협정 파기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에 대한 동맹들의 어리석은 착각 중 하나는 그가 ‘이빨만 드러낼 뿐 물지는 않는다(always barking without biting)’는 것이다.

7년 전 콘 위원장의 편지 탈취 사례가 입증하듯, 트럼프는 언제든 동맹의 급소를 물 태세가 돼 있다.


이재철 글로벌경제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